베르메르의 거리에서
에메랄드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채, 그 구름 사이로 햇빛이 살짝 비치고 있던 흐린 날이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공기는 미세하게 바람을 흘려보냈지만 어느 것 하나 움직임이 없었다.
붉은 벽돌로 지은 집들은 낡아서 군데군데 희끗희끗한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평온했다. 그 담장들 사이에 난 대문에는 어린아이가 조용히 소리 내지 않고, 바닥에 앉아서 놀고 있었다. 골목에는 누구 하나 지나가는 이가 없는 그날은 마치 세상이 멈춘 듯했다. 고요는 곧 침묵이 되었다.
하늘에 뜬 구름은 느긋하게 흘러갔다. 시간도 느리게 갔지만 구름은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움직였다. 하나둘 골목에 있는 집들마다 불빛이 나타났다. 작은 불빛이었지만 알알이 박힌 별들처럼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주위는 캄캄해졌고 사방의 고요도 숨죽이며 잠들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