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책이 쌓이게 된 건지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 건, 돈을 벌면서 수집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사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산다는 건 아주 짜릿하고도 기쁜 일인 동시에, 서점에 있는 책이 마치 다 내 손에 들어올 것 같은 기분마저 느낀다.
아! 얼마나 기쁨 충만한 일인지!
처음에는 내 방에 있는 책장을 채우는 정도였다.
가족 누구도 책을 사는 일을 반대하거나 뭐라 하지 않았다. 또 한 번에 산 책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폭발적으로 책이 쌓이기 시작한 건, 사회생활하고 십 년쯤 지났을 때였나.
내가 마지막으로 몇 권인지 세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인데 그때 천 단위였다. 집안 곳곳에 내 책들로 장식하게 되었다. 이제 이때부터 가족들로부터 질타 아닌 질타를 받았다.
우리 부모님은 집안 대청소 하면서 책장을 옮기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내가 꽂아둔 책들의 위치가 단체로 바뀌기 시작했다. 와. 그럴 때마다 내 스트레스 지수는 하늘 끝까지 팍팍 솟았다. 어느 책이 어디에 꽂혔는지 아는 건 매우 중요했는데 그게 흐트러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책들의 대거 이동이 일어났다. 이후로, 책들의 대이동은 잠잠해졌지만, 문제는 책들이 사방에 쌓여서
책을 꺼내거나 찾는 일은 숲에서 바늘 찾기 게임이 되었다. 결국 난 어느 순간부터 같은 책을 다시 사야 했다.
종종 내가 사고도 기억나지 않는 책들도 꽤 있다.
이때 알라딘앱에서 결제하면, 중복 구매했는지 알 수 있어서 기억나지 않을 때는 해 보곤 한다. 두 번 구매인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사야만 한다!
문제는, 이렇게 두 번 구입한 책들이 쌓이지만 해결되지 않는 데 있다는 게 함정이다. 아, 이건 정말 내 손을 떠난 문제…! 지금은 그냥 집 전체에 내 책들이 도사리고 있다. 집에 먼지가 많이 쌓이는 건 차치하고, 점점 살림살이 놓을 자리에 책을 놓다 보니
내 책들도 박대당하는 중이고 그게 안타까운 건 나밖에 없다. 물론 우리 가족도 나 때문에 고생한다.
책을 기부하려는 생각도 수없이 했으나, 매번 실패했다.
물론 중고로 판 책들도 있지만, 팔고 나면 늘 후회한다.
팔지 말았어야 하는 책들이 섞여 있었다. 그러고 나면 꼭 품절이라서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순간 우리 가족들도 내가 책을 사는 일로 뭐라 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대학원 다니는 동안 생겨난 부수적인 책들이며 출력물들!이 분량도 어마무시하다.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정리를 한꺼번에 하지 못했다.
코로나 전에, 나는 사방에 책을 쌓아두고 바닥에서 자곤 했다. 책장을 이중으로 놓고 책을 꽂았다. 늘 그 책장이 잘못해서 떨어지면 그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상상하며 지냈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 하하.
지금은 도대체 몇 권을 소장하고 있는지 가늠이 안 된다. 책에 발이 걸리거나 부딪혀서 멍들어도 그냥 웃게 된다. 돈 벌어서 넓은 서재를 갖는 날을 꿈꾼다.
그때도 나는 같은 책을 두 번 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