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감정들

단어에 깃든 감정

by 숨은결

드라마를 보다가 유독 마음에 밟히는 단어들이 있다. 특히 일어와 중국어에서 각각 ‘좋아한다'라는 단어의 결은 꽤 다르다. 상식처럼 누구나 아는 단어지만, 그 단어에 숨겨진 감정의 결과 깊이는 차이가 있다.

일드에서 주인공이 상대에게 고백할 때, “あなたのことがすきです。라고 말하기도 하고 혹은 あなたがすきです。라고 말한다. 이 둘의 차이점은, 중간에 있는 ‘こと’라는 단어이다. 이 단어는 사전적으로 번역하면, ‘일'이다. 그것도 중요한 일이다. 드라마에서 전자로 고백할 때는, 주인공이나 상대에게 어떤 사건, 역경 등이 존재할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알고도 당신이 좋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의미를 지닌다. 즉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의지가 포함된다. 반면, 후자의 すき라고 고백하면, 심도 깊은 이해에 도달하기 전에, 일단 자신이 본 것에 한해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차이를 발견하고 나서, 인물들의 하는 말을 보면 무척 재미있다. 또 그 심중의 무게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중국어에서 잘 알려진 고백 문장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사랑한다는 말은 我爱你。 그리고 좋아한다는 말은 我喜欢你。 이렇게 두 가지인데, 보통 전자보다 후자가 고백할 때 흔하다. 중국어는 일어와 달리, 혼합해서 쓰일 때가 많다. 일어에도 사랑한다는 말 愛して가 있지만, 이 문장보다는 앞서 말한 걸 자주 보게 된다. 중국어의 이 두 가지 말에서 차이를 느낀 건 중국어 특유의 성조와 관련이 있다. 먼저 사랑한다는 문장은 성조가 고음에서 저음으로 떨어진다. 한편 좋아한다는 말은 쭉 저음을 유지한다. 실제 중드에서 이 문장을 발음하는 걸 들으면, 저음의 고백조가 좀 더 애틋한 느낌을 준다. 고음에서 저음으로 떨어지는 고백은 즐거움이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중국어에서는 성조의 차이로 인해 고백의 리듬감을 실어주면서 뉘앙스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

나는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발견하는 걸 좋아한다. 단어에 숨겨진 의미의 차이는 그 언어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다. 또 문화를 알게 되고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자세히 보면 예쁘다는 말처럼, 단어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숨은 감정이나 감춰진 것이 들리고 보이게 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외국어를 공부하며 감정을 배운다.

독서대와 책 수집에 이어, 이번엔 단어 수집에 관한 이야기를 썼습니다. 이로써 수집 기록 3부작은 마무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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