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나를 입는다

sub: 스타일링 사진 기반 스토리텔링-몬드리안과의 조우

by 숨은결

어떤 날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날이다. 그러니까 내 몸에 나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옷을 입히는 날. 평소 잘 입지 않는 옷과 구두, 그리고 백도 신경 써서 매치한다. 오늘이 바로 그날!

지금 입은 옷으로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원피스로, 한눈에 알 수 있다. 몬드리안을 떠올리는 원피스를 고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몇 년 전, 서점에서 우연히 몬드리안 도록을 손에 집어 들게 되었다. 표지 그림에 이끌린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구매하고, 도록을 펼쳤다. 내 원피스 디자인과 같은 그 작품 외에도 그의 초기 그림들을 볼 수 있었고, 그 어두운 색조와 차분한 분위기는 내 뇌리에 오래 남았다. 원피스는 굵은 블랙 스트라이프가 화이트 바탕을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가로와 세로로 쭉 뻗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각형을 블루, 퍼플 색상이 채우고 있다. 이렇게나 패셔너블한 원피스와 다르게, 그의 어린 시절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초기 작품들은 다소 어두운 느낌도 있지만, 나는 좋아한다.

이 원피스를 발견한 날은 횡재수가 강하게 작용했다. 내 월급을 몽땅 털어서 옷을 사고, 오는 길에 머리색도 바꿨다. 마치 그러데이션을 입은 듯한 컬러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나오니 이미 날은 어두웠고, 내 뱃속은 거칠게 아우성쳤다. 밥을 줘, 당장! 근처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허기를 채웠다. 오늘은 이런 날이다. 특별한 옷을 입고, 그에 맞는 머리색에도 변화를 주고 싶은. 이런 날은 사치스럽고 싶은 욕망이 통장을 텅장으로 만든다. 그런데도 이러는 이유는? 곰곰이 생각하니, 별거 없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나는, 또 다른 나를 입는다.

이전 06화들리지 않는 감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