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나는 수집가가 되었나!

책상 위 작은 사치, 나를 위한 힐링 루틴을 만들다.

by 숨은결

나는 언제나 책과 함께였다. 하지만 어떤 자세로 책을 읽느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나의 어깨에는. 어리고 쌩쌩한 나는 거칠 것이 없는 한 마리의 야생마! 엎드리거나 눕거나 혹은 앉아서 나 편할 대로의 자세를 유지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젊은이의 어리석음이라고나 할까?


사회인이 되었을 때 월급을 받고 마음대로 책이나 생활용품을 사기 시작한 후로 애서가인 내게 가장 주요 물건 중 하나가 바로 독서대가 되었다.


초반에 사용한 독서대는 요즘 다이소에서 싸게 구입하는 스타일이었다. 높이가 낮아서 어깨가 숙여지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집이 아닌 도서실에 다닐 때 휴대용으로 쓴 독서대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접이식이었다. 아주 저렴하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좋았지만 무거운 책을 올리는 건 살짝 무리였다.


그러다가 아주 튼튼하고 높이 조절이 가능한 독서대는 비쌌지만 큰맘 먹고 구입했다. 더 이상 어깨를 구부리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책이 내 눈높이에 딱 맞았다. 여전히 무게가 가볍지 않아서 휴대용은 무리였지만.


그다음에 산 독서대는 거대한 사이즈로, 3단 독서대이다. 이건 가로로 길고 크다. 책을 여러 권 단계별로 펴서 읽을 수 있었으나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이런 이유로 쓰다가 높은 곳에 보관했다.


다시 독서대에 눈독을 들이게 된 건 역시 교보문고 탓이 크다. 하하. 교보문고 독서대는 비싸고 나무로 만든 것인데 분위기가 아주 좋다. 망설이지 않고 주문했다. 실제 써 보니 다 좋은데, 독서대 자체 높이가 낮은 편이다. 비싼 가격이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일종의 장식 효과로 책상을 빛낸다.


실용적인 독서대로 눈길을 돌린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아주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다. 가볍고 높이 조절도 어렵지 않다. 게다가 휴대용으로 사용할 정도의 무게도 장점에 속한다. 접을 수 있다.


오우. 지금 열거한 것들 외에도 그동안 사 모은 독서대는 더 있다. 독서대는 은근히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사다 보면 가족들에게 욕먹기 일쑤다.

그럼에도 끝없이 사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단순한 수집욕이거나 혹은 그저 소비하려는 핑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수많은 독서대를 거쳐오며 깨달은 것은, 이들이 단순히 책을 받쳐주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에게 독서대는 고된 일상 속에서 나만의 힐링 루틴을 만들어주는 존재이자, 더 나아가 책 읽는 행위 통해서 나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게 만드는 매개체였다. 더 이상 단순한 수집품이 아닌, 내 삶의 일부로서 함께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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