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작, 삼신할미 이야기

오래된 탄생, 끝없는 이야기

by 숨은결

세상에는 삼신할미 그녀 혼자였다.
외롭고 심심함을 느낀 그녀는 그 공간을 채울 어떤 존재가 있기를 원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삼신할미는 '물리적 존재'들을 몇 명 만들었다. 물리적 존재들에게 한 가지 정해준 원칙은, '누구도 해치지 말 것'.

점차 이 물리적 존재들(그들에겐 이름도 없고 특성도 없다)이 증가하더니 무리 짓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먹을거리가 부족했다. 이들에게 생명이 있으니 당연히 먹어야 살 수 있었다.
물리적 존재들은 먹을거리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고 그들 중에 이긴 자가 등장했다.
그 이긴 자를 물리적 존재들은 1호라고 불렀다.

1호는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삼신할미가 말한 원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납득하지 못했다는 편이 정확하다. 도대체 해친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 대 때리기만 해도 해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존재를 없애는 게 해치는 것인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의문을 안고, 1호는 꽤 괴로워했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곳을 떠나서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거나 아니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해
답답해도 여기에 남아서 주어진 환경을 수용하고 이대로 사는 것이거나.


삼신할미에게 물었으나 그녀는 답을 주지 않았다. 이건 오로지 너의 몫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어느 날, 싸움이 일어났다.
1호는 싸움을 수습했지만, 그중 물리적 존재 하나는 사라졌다. 그로 인해 남은 물리적 존재 또한 존재할 수 없었다. 이곳을 떠나거나 존재를 포기해야 했다.

어떤 특성도, 이름도 없는 존재지만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건 다른 일임을 알게 된 1호는
결국 여기를 떠나 보기로 했다. 존재의 사라짐은 해친다는 기준에 부합하는 듯 보였다.
그러면 해친다는 기준은 이제 명확해진 것처럼 보였는데도 1호는 아직 찾는 답에 목이 말랐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이곳 외에는 세상을 알지 못하는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호는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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