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첫 수원!

버스에서 수원을 만나다.

by 숨은결


난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살았다. 본래 장거리에 취약한 위장과 몸을 가진 탓에, 사는 곳 반경에서 그리 멀리 가는 일이 드물다. 한 번씩 비행기 타고 혼여 가는 날을 제외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임금님 중 한 분이 바로 정조대왕이다. 그런데 수원이 멀다는 이유로, 지금껏 화성에 간 적이 없다. 알고 보니 수원 가는 기차가 있었다. 서울역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이런 이유로, 처음으로 수원에 가게 되었다. 명분은, 아는 분의 사무실 개업 축하를 위해서.

수원역에 내렸는데 역내도 꽤 크고 상점들도 있었다. 버스 정류장을 구글지도로 확인하고 갔는데도 막상 도착하니 순간 망설였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보니, 구글지도에 본 일자대로가 앞쪽에 보였다. 그곳으로 이동해서 버스 정류장까지 좀 걸었고, 거기서 미리 지인이 알려준 버스를 탔다.


버스는 좀 한산해서 조용히 의자에 앉아서, 창밖 구경이 가능했다. 이게 내가 본 첫 수원의 풍경이었다. 시장 지나는 길은 좀 복잡했지만, 버스가 목적지에 가는 동안 창밖으로는 시원하게 뻗은 큰 대로들이 꽤 보였고, 상점도 다양했다.


가는 동안 가발 가게만 적어도 두 곳은 지나쳤다. 아, 그리고 아주대학교 근처에 가니 중고등학생들이 엄청 몰려왔다. 순식간에 버스는 만원이 되었다. 북적북적했는데, 의외로 학생들에게서 땀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마스크를 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사히 잘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이후 일정이 있어서 급하게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수원역에 내렸는데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바람에 몇 분 헤매다가 다시 지상으로 올라갔다. 어제 기차들이 전부 지연되는 바람에 본래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빵을 좀 사려고 파리크라상에 들렀는데 없는 빵들이 많아서 도로 나왔다.


두 달 전쯤 서울역에 오랜만에 갔다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평상시 기차 탈 일이 많지 않았고 대다수 청량리역으로 잘 다녔던 터라 서울역이 엄청 낯설었다. 무엇보다 무지하게 긴 에스컬레이터! 어떨 때는 무섭다. 경사가 심해서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큰일이겠구나 생각한다.

수원역에서 화성으로 가는 버스는 많다고 들었다. 이제 다음번에는 화성 방문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수원역에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집에서부터 대략 100분 걸렸다. 짧은 여행 겸 기분도 환기할 겸, 모처럼 간 적 없는 수원에 잘 다녀와서 긴 하루였다. 이렇게 9월의 둘째 주를, 활기차게 시작했으니 남은 9월도 잘 굴러가겠지?

여러분은, 짧은 여행할 때 주로 어디로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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