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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Jul 17. 2020

모르는 동네로 이사를 했다.

낯선 곳에서의 시간 사용법


얼마 전 오랫동안 살아온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결혼 후 지방으로 이사 왔다. 지방이라고 하기에는 대도시이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살았던 것에 비하면 거리에 사람이 적고 높은 건물들보다는 산과 하늘이 더 많이 보여 초록 빛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동네이다.


서울에서는 언제나 바빴다. 하루의 일정이 꽉 차있지 않더라도 이동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썼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다 보니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체력이 소모되고는 했다. 대부분은 도시의 활기참이기에 긍정적으로 느끼긴 했지만 가끔은 피곤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한강에 가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사 전에는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주어진 시간이 많아지면 어떻게 살지 걱정을 많이 했다. 더욱이 남편 말고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곳이라... 하지만 미리 걱정한 것에 비하면 고민의 답은 생각보다 금방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 생활을 하면서 1000번을 휘저어 달고나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그리고 지나가다 만난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 또 무엇이든지 직접 만들어 먹는 어머님들로부터 삶의 방식을 깨달았다.


바로 새로운 것을 찾아 몸을 움직여보는 것이다.


나에게는 요리가 첫 번째 새로움이었다. 주변에서 손쉽게 사 먹으며 시간과 노력을 아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레시피를 찾아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에 시간을 쓰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적인 생활을 조금이나마 실천해보고 있달까?




난생처음으로 오이 피클도 담아보고, 대파를 화분에 심어 키웠다. 수확할 때에는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든다. 마트에서 재료를 구매할 때에는 들지 않던 감정이었다.


라따뚜이의 ost를 틀어놓고 요리를 하면 그 순간은 내가 프랑스 어딘가의 유명 셰프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재료들이 한데 모여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탄생하는 것이 즐거웠고,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두 번째 새로움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유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일들인데 그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을 미뤄왔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 핑계도 먹히지 않을 상황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친한 친구가 큰 자극이 되었다. 친구는 시간을 알차게 나눠서 보내는 편인데 최근에는 직접 쓴 글로 독립출판도 하고, 언어나 취미생활 등 꾸준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모습이 너무나 멋져 보였다.


친구를 무작정 따라 시작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꽤 좋았던 건 예상치 못한 덤이었다. 한두 개의 글과 그림을 만들어냈을 뿐인데 앞으로 어떤 글들을 쓸지 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가슴이 설레고 기대가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읽고 반응을 보여주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되돌아보면 새로움이 없고 일상이 반복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울적해지곤 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마음이 불편할 때에는 무언가를 새롭게 해 보기를 조심스레 추천해본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기가 어렵다면 일단 산책을 나가보자. 기분이 환기가 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아니면 향이 좋은 입욕제나 물비누를 사용해 목욕을 해보자. 씻을 때 문득 좋은 생각이 나서 새로운 일로 연결되기도 해서 추천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면 또 격렬히 쉬어도 본다. ‘너무 쉬기만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또다시 도약할 수 있는 타이밍이 온다고 믿는다.


사람마다 삶을 사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굳이 타인과 비교하며 속상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느리다고 생각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건 직접 경험해봐야 각자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계속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에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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