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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수 Jul 31. 2020

옥수수가 열리는 계절

식물 관찰 일기


길가의 옥수수 밭에 옥수수가 가득 열리는 계절이 왔다. 역사적으로 옥수수는 금방 자라서 수확을 할 수 있는 구황작물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 지를 직접 눈으로 볼 일은 없었다.



이사 온 우리 동네에는 독특하게도 보행자 도로 옆을 따라 길게 줄줄이 텃밭들이 있다. 상추는 물론 고추나 가지, 그리고 옥수수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동안 도시에서만 살던 내게 그 모습은 무척이나 새롭기도 했고 마트에 갈 때마다 조금씩 자라나고 열매를 맺는 모습에서 이유모를 행복감을 느끼고는 했다.



아직 작은 모종이었을 때의 텃밭 모습



가장 처음에 만난 옥수수는 내 무릎에도 오지 않은 키가 작은 모종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내 키의 2/3가 되었고, 그로부터 보름이 더 지나자 내 키보다 더 커졌다!


올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와서 (기록적 폭우로 여러 지역에 물피해도 있어서 걱정이 많았던) 이 옥수수 밭에도 큰 위기가 왔다.


비바람에 옥수수들이 버티지 못하고 거의 꺾이다시피 기울어진 것이다. 이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일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일주일 뒤에 다시 본 옥수수는 씩씩하게 다시 하늘을 향해 솟아나고 있었다.


우와... 앞으로는 어린이들에게 하는 덕담으로 대나무처럼 자라라고 하지 말고 옥수수처럼 자라라고 해야겠구나.





거의 뽑히다 싶었던 뿌리가 위기를 겪은 뒤에 땅을 더욱 잘 움켜쥐게 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보지 않은 사이에 밭의 주인이 다시 올곧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일까.


둘 중에 무엇이 진실일 지라도 커가는 옥수수를 마치 사람의 인생처럼 느끼며 긍정적인 기운을 얻었다. 요즈음 식물에게서 얻는 기쁨이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찰옥수수를 가득 사 왔다. 하얀 연기가 날 때까지 찜기에 푹 쪄서 여러 알씩 뜯어 한 입에 털어놓으며 그 생명력을 느껴보고, 또 힘을 내야지!




다른 시골 밭에서 만난 옥수수들
이상하게 옥수수 밭을 보면 셔터를 누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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