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장면

by 파란 해밀




주말에 아들 녀석과 간식을 먹고 있는데 틀어놓은 TV에서 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동안 코로나로 꾹꾹 눌러진 여행의 갈증에 간혹 신문에 실린 여행 상품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는데, 꼬물꼬물 살아 움직이는 영상을 보고 있으니 참았던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아들, 엄마 6월에 퇴직하고 6개월 정도 몰타에 영어연수 갔다 와도 될까?"
"............"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퇴직할 시기와 코로나로 조정을 하다 보니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가 적당해 보였다. 딱히 아들에게 허락을 받는다기 보다 넌지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뜻으로 건넨 말인데 녀석은 아무 말 없이 우걱우걱 간식을 먹으며 빙긋 웃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은 나의 부재가 많이 불편할 것이다. 지금이야 숟가락 하나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반해, 내가 가고 나면 당장 이것저것 신경 쓰고 소소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많으니 녀석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밑지는 장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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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나 역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남은 가족에게 이것저것 당부사항을 알려주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은근히 나를 짓누르는 압박이다. 게다가 퇴근할 때마다 내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일찌감치 현관 앞에 나와 앉아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는 아들보다 더 내 발목을 세게 붙잡는 존재다.

천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녀석을 보며 저걸 떼어놓고 발길이 떨어질까? 하는 나를 볼 때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팔자에도 없는 집사가 된 운명(?)이 개탄스럽다. 밤마다 이불속을 파고 들어와 내 팔을 베고 곯아떨어진 녀석을 보면 젖먹이를 떼어놓고 가야 하는 어미 마음이 이런 걸까? 하는 황당한 생각마저 들곤 했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코로나도 더불어 살아야 하는 풍토병이 되어 가는데 내 속은 이런저런 걱정에 혼자 부산하기만 하다. 자식이 공부하러 갈 때는 남겨진 부모 때문에 이렇게 망설이지 않을 텐데, 부모는 자꾸 자식이 어른거려 자장면이 싫다고 밀어낸다.

오늘도 고양이가 싸놓은 똥을 치우며 우수수 떨어지는 모래가 분분한 내 속 같아 같아 주섬주섬 마음을 추슬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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