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거리려......

by 파란 해밀




연일 푹푹 찌는 무더위가 이어진다. 2주 정도만 버티면 이것도 한풀 꺾이겠지 하면서도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때는 이 여름이 언제쯤 끝나려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던 것이 태풍의 영향으로 일요일 이른 아침, 천둥까지 몰고 와 비를 쏟아붓는다. 모처럼 더위를 식히는 빗줄기라 반갑기도 하지만 태풍이 얼마나 설치고 가려나 싶어 슬그머니 걱정도 된다.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다행히 오전에 짧게만 비가 내리고 조용해졌다. 어제는 일찌감치 에어컨을 틀었는데 오늘은 빗줄기 덕에 선풍기도 필요 없이 시원하게 일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입추라더니 절기가 더위를 먹고 모처럼 때맞추어 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gbf46c3aaf3a86052afd2cb6d402926c04c4ae0f6a0bbed63a7073fdcc7ae8c001be3f36f4d2d907be8fb59ee880f785637ada2997ceb794f24bdc43de346cde6_1280.jpg © MichaelGaida, 출처 Pixabay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 경기를 보다 보니 후딱 오후가 되었다. 그제야 느릿느릿 집안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다 보니 아직 여름은 여름인지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그래, 내가 잠시 착각한 거지. 비가 조금 내렸을 뿐 아직도 한더위지......'


샤워를 마치고 앉으니 어느새 금쪽같은 휴일이 하루의 끄트머리에 걸려있다. 쉬는 날은 작은 시곗바늘이 한 시간에 두 칸씩 건너뛰는 것 같다. 늦은 점심을 먹은 탓에 저녁은 생략하기로 했다. 다음 날 출근 준비를 해놓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월요일에 쫓겨 잠자리에 들었지만 초저녁에 마신 커피 탓인지 선뜻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니 눈은 더 말똥말똥해지고 시계는 새벽 2시 반을 넘어서고 있다.


선들한 바람이 추울 것 같아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닫아두었는데 다 안 닫혔는지 고양이 녀석이 잠도 안 자고 들락거리면서 제 머리통만큼 문을 열어놓았다. 틈새로 실바람이 들어와 내 머리카락을 들춘다. 깔고 누운 시트가 그 바람에 더 사각거린다. 후텁지근했던 어젯밤만 해도 느끼지 못한 기분 좋은 가슬거림에 팔다리를 이리저리 문질러본다.



"아~~~~~! 좋다"





photo-1501677110325-0b08be6ad95c.jpg © karen1974, 출처 Unsplash




살갗에 와닿는 사각거리는 촉감에 온몸의 나른함이 녹아내린다. 홑이불을 목까지 잡아당겨 덮어보지만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 있다. 고양이 녀석은 무엇을 하는지 혼자 바쁘게 문틈 사이로 들락거리더니 눈치도 없이 다가와 내 팔에 꾹꾹이를 해댄다. 작은 앞발로 꼭꼭 팔을 누를 때마다 잠은 꾹꾹 더 멀리 달아난다.


하룻밤 사이에 잠자리가 더할 나위 없이 안락하다. 어제와 똑같은 이불과 시트인데 내가 느끼는 정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불은 제 사이로 파고드는 실바람을 조금 품었을 뿐인데 그것의 차이가 나를 더없이 행복하게 한다. 뜬눈으로 아침을 맞아도 좋다. 오늘의 나도 어제와 똑같은데 나는 무엇을 더 품어야 여름날 사각거리는 홑이불처럼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다른 것과 틀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