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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Apr 26. 2022

부모는 아직도 자란다




작은 아들이 이번 주 아랍에미리트로 6개월간 파견근무를 떠났다. 대학 때부터 줄곧 떨어져 살았으니 외국에 나가 있어도 내가 느끼는 체감 지수는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 장담했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으나,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나, 타국에서 근무를 하나, 나와 떨어져 있는 건 마찬가지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출국 1주일을 남겨두고는 생각지도 않게 괜히 마음이 분분해지기 시작했다. 녀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 중요한 걸 빠뜨리지는 않는지, 출국 앞두고 코로나 조심은 하는지...... 등 뻔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 끝에 막상 외국으로 떠난다고 하니 네가 대전에 살고 있다는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는 말을 흘렸다. 


"아이고, 엄니~~~, 내가 간다는 말 하지 말고 그냥 갈 걸 그랬나 봐요. 암말 안 했으면 대전에서 잘 살고 있는 줄 아실 텐데. 그러면 어머니 그런 마음이 안 들었을 텐데...."

하며 녀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위로를 건넸다.






© yassinebenzahra2016, 출처 Pixabay






사람이 살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부지기수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을 만큼 겪었고, 느낄 만큼 느껴도 보았는데 번번이 자식과 관련해서는 머리로만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다. 그럴 때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처한 상황이 낯설고 또 적응을 해야 한다. 수 십 년 부모 경력에 아직까지 어색하고, 마음 흔들리며 받아들여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어이없다. 직장 생활 수 십 년이면 전문가 소리를 들을 법도 한데 부모 전문가는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지...... 

내가 자식이었을 때는 부모를 떠나오고, 떠난 일만 있었는데 부모가 되고보니 이젠 자식을 배웅하고 그 자식이 남긴 빈자리를 눈으로 훔치는 일만 남았다. 예전에 내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그때 그 자리에 이젠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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