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은?

by 파란 해밀






한 달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항공권을 끊었다. 이번 달은 이게 걸리고, 다음 달은 저게 걸려서 차일피일 미루고 고민하면서 운항 스케줄만 수차례 들여다보다가 이틀 전에 결제를 마쳤다.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때마다 언제나 새로운 수학 문제지를 받아 든 느낌이다.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종이에 빼곡히 들어찬 문제를 풀어간다. 답을 쉽게 찾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끙끙거리며 풀어도 도무지 모를 때가 있고, 그래서 화가 치밀 때도 있다. 그러다가 드디어 어려운 문제를 풀었을 때의 쾌감은 꽤 짜릿하다.






photo-1509228468518-180dd4864904.jpg © antoine1003, 출처 Unsplash






여행의 시작은 내게 늘 그랬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혼자 나설 때마다 두려움이 앞섰다. 막상 가 보면 그곳도 사람 사는 곳임을 금방 알게 되면서도, 혹시나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대하는 수험생처럼 그것을 대하는 내 마음은 풀을 먹인 이불 홑청처럼 빳빳했다.

매번 그랬다. 잔뜩 긴장하며 출발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누그러지고, 그러다 마무리를 잘하고 돌아올 때, 나는 <참! 잘했어요> 도장 하나를 스스로에게 찍어주고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그 도장의 의미는 용기의 결과인 동시에 또 다른 도전의 구름판 같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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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작게 줄여 놓은 인생의 축소판 같다. 출발하기 전에 이런저런 정보를 충고처럼 접할 수 있지만, 결국엔 모든 것을 현지에 가서 혼자 부딪히고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얻는 일련의 체험과 느낌은 내 삶의 재산이 되고, 단단한 코어가 되었다.

여행을 결정하기까지 고민한 시간이 길었던 것도 어쩌면 편안한 백수 생활에 이미 젖어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지금 충분히 편하고 안락한데 굳이 이 나이에 혼자 낯선 곳으로 가서 불편과 고생을 해야 되나? 하는 속삭임(?)에 혹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편히 챙김을 받는 이집트 패키지를 갈까? 하는 유혹에 한동안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내 발로 발발거리는 배낭여행을 선택했다.






photo-1604699229817-27301bdfed68.jpg © jannerboy62, 출처 Unsplash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있다. 어떤 것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지 내가 찾아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도 오로지 자신이 해야 한다. 누구로 인해 행복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짜릿한 선물을 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했다.

편안한 패키지를 택하지 못하고 결국 배낭여행을 선택한 것도 내가 더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기울기가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선택을 위해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결국 내 삶의 나침판 N 극과 S 극은 편하지 말라는 내 행복의 기울기와 이미 맞닿아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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