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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Jul 07. 2023

늦은 역지사지

 



7월부터 그동안 해오던 기 수련 대신 요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번 수업이 있다. 비록 오래되긴 했지만 한 때 핫요가를 했었고, 아직 몸이 아주 뻣뻣한 건 아니라서 요가를 결정하는데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다. 

월요일, 첫 요가를 했다. 한 번 하고는 오후에 앓아눕고 이틀 동안 저녁 수영을 가지 못했다.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결리고 아파서 도무지 다른 걸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수요일 두 번째 요가를 했다. 역시 하고 와서 오후에 앓아누웠다. 새롭게 한 동작 때문에 안 아프던 곳까지 결렸다. 




© ginnyrose, 출처 Unsplash




부위별로 헬스를 하고 나서 느끼던 굵직한 근육통보다 훨씬 섬세하다. 무엇이든 적응을 위해 견뎌야 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임이 분명하다. 두 번째보다 세 번째는 더 나아지리라 기대하며 몸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지만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루 종일 막노동을 하고 온 사람처럼 온몸이 결리고 아파서 아구구~~~ 하는 소리가 날 때마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후배 여직원 두 사람이 생각났다. 필라테스를 막 시작한 그녀들은 한동안 너무 아프다며 힘들어했다. 이제 겨우 서른을 갓 넘긴 짱짱한 나이에 무엇을 해도 활처럼 휠 것 같은 유연한 몸으로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드냐고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 나이에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요가 동작이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kimsuzi08, 출처 Unsplash




그러나 막상 내가 단 일 분도 쉬지 않고 꼬박 한 시간 동안 힘든 동작을 하고 나니 그녀들이 앓았던 강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후배들도 어쩌면 나 만큼이나, 아니면 그 이상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경험해보지 않고는 상대의 입장을 다 이해할 수도 없고, 쉽게 얘기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갈비뼈가 결리고, 등뼈가 결릴 때마다 뼈 마디 사이사이로 꾹꾹 욱여넣었다.  

어설프게 조금 아는 것으로, 어깨너머 본 것으로, 내 입장에서만 속단하고, 단정 지어 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온몸이 결리고 아플 때마다 정신이 번쩍번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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