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7.
사파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커피 생각이 나서 눈 앞에 보이는 콩 카페에 들어갔다. 여행을 할 때마다 가끔 익숙한 별다방을 찾곤 했는데 아직 사파에는 별다방이 없다.
외국에 나왔을 때 한국에서 즐겨 찾던 스타벅스가 보이면 우습게도 고향 까마귀처럼 반갑다. 해외에서 마주치는 스타벅스 간판이 언젠가부터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모든 것이 낯선 외국에서 그렇게라도 익숙한 것이라고 다독이며 마음을 묶어 놓고 잠시 편안해지고 싶어 그런건지 모르겠다.
화려하거나 세련되기 보다는 베트남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소박한 카페이다. 커피 종류가 워낙 많아 뭐가 뭔지 통 알 수가 없다. 종업원에게 적당한 것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주문을 마치고 커피가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에 커피가 나왔다. 커피잔 크기에 깜짝 놀랐다. 누굴 놀리나 싶었다.
베트남 물가에 비해 그다지 싼 가격도 아닌데 이것 먹고 떨어지라는 건가? 소주잔 만한 크기에 홀짝 들이키면 한 방에 끝날 것 같다. 한국에서 드럼통만 한 벤티 사이즈를 즐겨 마시다가 커피 잔이라는 것이 무슨 간장 종지만 한 게 나왔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게다가 시꺼먼 커피색에 또 아연실색이다. 괜히 돈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으로 툴툴거리다가 돈이 아까워 속으로 들이붓고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수 없이 한 모금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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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하면서 두 모금을 마셨다.
요상하네? 하면서 세 모금을 마셨다.
첫인상은 약간 쓴 듯한데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면서 그 쓴 맛을 어루만지는 무언가가 뒤따라 온다. 무심한 달콤함이다. 처음 쓴 맛에 미간이 약간 찌그러질려고 할 때는 모른 척 하더니 늦게서야 슬쩍 달래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지나간다.
작정하고 의도했겠지만 그 속내를 단단히 감추고 있다. 너무 교활해서 연기인 줄도 모르게 하는 고수의 단 맛이다. 단 맛을 싫어하는 내 성질을 아는지 아주 눈치껏 묘하게 달다. 딱 내가 성질부리지 않을 만큼이다.
은근 매력 있다.
진한데도 쓸데없이 과하게 쓰지 않고, 묵직한 듯하면서도 산들거리는 부드러움이 있다. 무엇보다 혀 끝에서 양껏 퍼질러대는 천박한 단 맛이 아니라서 좋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좁아터진 커피 잔이 불만이었다가 그 종지가 비어갈 때쯤 밴댕이 쏘가지 같은 내 성질머리는 어느내 누그러지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베트남에 다시 와야 할 이유 하나를 입 안 가득 머금고 카페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