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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8 | 마지막 아날로그 세대가 소비를 장악하다

X세대

by Roi Whang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MZ세대 중심의 마케팅 구도가 이어지는 사이 ‘잊힌 세대’라 불리던 X세대가 다시 소비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아날로그 환경에서 자라 디지털에 적응한 마지막 세대이자 신뢰와 충성도를 기반으로 지갑을 여는 이들의 부상은 시장의 게임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X세대(1965~1980년생)는 오랫동안 소비 시장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축적과 MZ세대의 디지털 중심 소비에 가려 ‘사이 세대’로 불리곤 했죠. 그러나 올해 전 세계 소비 규모에서 베이비붐 세대를 추월하며 주역으로 부상했습니다. 2025년 예상 소비 규모는 11조 2,800억 파운드, 한화로 약 2경 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단발이 아닌 최소 2033년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charlies-x-bPwcQrSU7N4-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Charlies X


이 변화의 본질은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닙니다. X세대가 보여주는 소비 패턴은 다른 세대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죠. 그들은 '옴니채널형 소비자'입니다. 온라인에서 전문가 리뷰와 사용자 후기를 꼼꼼히 확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신뢰를 검증한 뒤 최종 구매를 결정합니다.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아날로그적 확인 절차를 중시하는 마지막 세대, 바로 X세대의 특징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들의 ‘신뢰 중심 소비’입니다. 화려한 광고보다는 검증된 품질, 인플루언서보다는 실제 사용자 평가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X세대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할 마지막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는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서비스 경쟁을 촉발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입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며 빠르게 이동한다면 X세대는 신뢰가 구축되면 장기간 머뭅니다. ‘유지율(Retention)’이 중요한 KPI로 다시 부상하는 이유입니다. 브랜드가 이들에게 선택받으면 단발적 매출이 아니라 장기적 고객 생애가치(LTV)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이제 브랜드는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는 X세대에게 신뢰할 만한가?” 만약 답이 ‘예’라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여성복 가두 상권이 4060 VIP를 관리하며 월매출 1억을 목표로 삼는 전략, 성수동 플래그십스토어에서 직접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은 모두 X세대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리뷰와 체험, 그리고 관계를 동시에 중시하는 이들의 소비 습관에 맞춘 전략이죠.


chelsea-shapouri-r40EYKVyutI-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Chelsea shapouri


뷰티 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코스맥스가 인도 법인을 세운 이유는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라 X세대를 포함한 글로벌 중년 소비층의 ‘품질/안전성 검증’ 수요를 겨냥한 것입니다. 인도 럭셔리 뷰티 시장의 확대, 글로벌 브랜드들의 현지 맞춤형 전략 역시 신뢰와 검증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습니다.


X세대의 부상은 결국 마케팅 언어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할인, 바이럴, 유행 같은 단기적 자극은 이들에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대신 꾸준히 관리되는 리뷰 시스템,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조한 커뮤니케이션, 오프라인에서의 진정성 있는 경험이 핵심이 됩니다. 브랜드가 단기 트래픽이 아니라 장기 관계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의 소비력은 단순한 경제적 수치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가집니다. ‘랜치 키 세대’라는 별명처럼 자립심 강한 성장 배경은 소비에서도 자기주도성을 강화했고 그 결과 광고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 태도가 만들어졌습니다. 브랜드에게 이는 어려움이자 기회입니다. 진정한 품질과 스토리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X세대는 쉽게 돌아서지만 일단 신뢰를 얻으면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X세대의 귀환은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니라 소비 질서의 재편입니다. 브랜드가 이 흐름을 놓친다면 가장 충성도 높은 세대와 최소 10년간 이어질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제는 MZ세대에 집중하던 시선을 거두고 X세대를 위한 전략적 자리를 다시 마련할 때입니다.


Date: 2025.08.29 | Editor: Roi W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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