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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9 | 프리미엄을 완성하는 세 갈래의 길

기능에서 미학, 그리고 친환경까지

by Roi Whang

블랙야크, 온(On), 보스골프가 내놓은 제품과 전략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한 점으로 수렴합니다. 기능은 소비자가 실패를 피하게 해주는 신뢰의 장치이고 미학은 사회적 장면 속에서 인정과 소속감을 만들어내는 자본이며 친환경은 미래 세대와 투자자 앞에서 정당성을 부여하는 명분이죠.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할 때 소비자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자신을 ‘프리미엄 사용자’로 정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얻게 됩니다.


블랙야크_하이퍼_펄스.jpg 블랙야크 하이퍼 펄스


블랙야크가 공개한 ‘하이퍼 펄스’는 300g의 가벼운 무게와 펄스 폼 미드솔로 출발합니다. EVA와 TPEE의 배합으로 반발 탄성을 강화하고 엔지니어드 메쉬와 고어텍스 인비저블 핏 기술로 통기성과 방수 기능을 더했으며 아치 지지 인솔과 루프 그립 아웃솔까지 넣어 걸음마다 안정감을 줍니다. 그런데 이 신발이 말하고자 하는 건 단순히 ‘가볍고 튼튼하다’가 아닙니다. 블랙야크는 이를 ‘쿠셔닝의 새로운 기준’이라는 서사로 묶으며 기술을 곧바로 표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소비자 심리학에서 말하는 ‘위험 최소화’의 욕구를 자극하면서 실패 비용이 큰 카테고리일수록 기술적 신뢰가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온_러닝_클라우드붐_스트라이크.png 온 러닝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


이 흐름은 온의 ‘클라우드붐 스트라이크LS’에서 더 확장됩니다. 라이트스프레이 공정으로 단 3분 만에 심리스 어퍼를 만드는 혁신성은 기능의 영역을 뛰어넘고 기존 대비 탄소 배출량을 75% 줄였다는 수치는 곧바로 친환경의 증거가 됩니다. 소비자는 발에 닿는 착화감과 지구에 닿는 책임감을 동시에 얻는 셈이죠. 게다가 온은 세계 대회 현장에 이동형 이노베이션 허브를 세워 혁신 기술을 직접 만지고 신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친환경이 홍보 문구에 머물지 않고 ‘체험된 책임감’으로 전환될 때 브랜드는 단순한 러닝화 제조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퍼포먼스 브랜드로 자리 잡습니다. 기능과 명분이 함께 움직일 때 소비자의 선택은 단순히 편안함이 아니라 장기적 충성도로 이어집니다.


기능과_미학을_강조한_보스골프.jpg 기능과 미학을 강조한 보스골프


보스골프는 기능과 친환경의 위에 미학이라는 층을 쌓습니다. 테크니컬 울과 통풍 기능으로 라운딩에서의 편안함을 보장하면서도 딥 올리브, 다크 네이비, 라이트 베이지 같은 컬러와 글렌체크 패턴, 더블 B 모노그램은 필드와 클럽하우스, 그리고 SNS까지 확장되는 사회적 장면을 만듭니다. 소비자는 단순히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리에 서 있고 어떤 인상을 남길지를 선택하게 되는 거죠. 기능은 불편함을 줄이고 디자인은 인정과 소속감을 더하며 두 요소가 결합할 때 자신이 ‘프리미엄 사용자’임을 증명하게 됩니다. 결국 보스골프가 팔고 있는 건 의류가 아니라 장면이고 미학은 곧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됩니다.


세 브랜드는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소비자는 기능적 신뢰, 사회적 미학, 미래적 책임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으며 브랜드는 이를 어떻게 매끄럽게 엮어낼지에 따라 프리미엄의 설득력을 결정하게 됩니다. 블랙야크는 기능으로 출발선을 만들고 온은 친환경으로 미래의 명분을 덧붙이며 보스골프는 미학으로 사회적 무대를 완성합니다. 세 갈래 길은 결국 ‘가격을 넘어서는 정당성’이라는 한 지점으로 합쳐지고 이 정당성을 누가 먼저 설계하고 선점하느냐가 2025년 하반기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겁니다. 프리미엄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미학, 그리고 친환경을 끊김 없이 이어내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Date: 2025.09.01 | Editor: Roi W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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