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인생에 환절기가 찾아왔다. 몸과 마음이 내 것 같지 않았던 시간, 모든 걸 내려놓고 싶었다. 바로 그때 글쓰기가 내게 찾아왔다. 읽기만 해왔던 내 속에 그나마 차곡차곡 쌓여왔던 재료들이 있었나 보다. 설익었는지, 푹 익었는지 문득 호기심에 그 재료들을 꺼내 보아야 알 것 같았다.
쓰기를 통해 내 안에서 내가 익어가고 있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정신없이 멍하니 흘려보냈던 시간을 태엽을 되감으며 반추하듯 에세이 두 권을 썼다. 억눌러왔던 내 안의 이야기들을 살풀이하듯 부려놓고 한숨을 돌릴 즈음이었다. 오래 전 첫사랑이었던 소설들이 다시 찾아와 똑똑 문을 두드렸다.
'너도 한때 문학도였잖아. 소설을 써 봐'
그들의 속삭임에 펜을 다시 들 용기가 생겼다. 무얼 쓸까? 어떤 이야기를 써야 재미있을까? 나는 펜대로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너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써.'
소설 《명작 영어교습소》는 그렇게 한 발짝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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