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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Dec 09. 2020

나의 현실은 상상이 된다

black-and-white film


 최근 들어 상상력이 풍부해졌습니다. 어릴 때 하던 동화나 영웅놀이 같은 상상이 아니라 더욱더 현실적이고 세상에 일어날 법한 일들을 상상합니다. 차라리 현실의 경험이 부족한 아이의 상상력이었다면 지금처럼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말이 없는 침묵은 수많은 상상력을 준다는 걸 모를 때가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나의 상상은 망상인지 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건, 안되건 괴롭다는 겁니다. 그래서 상상이라 하는 거겠죠. 제가 생각하는 상상이란 것은 현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내가 없다면 상상을 할 수 없는 것이고, 현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에 있는 것들을 토대로 꿈의 이야기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나의 현실은 암담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실제로는 암담하지도 않으면서 암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클까요, 암담하기 때문에 암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클까요. 상상이 현실이 될지, 현실이 상상이 될지 그 경계는 어떡해야 알 수 있는 걸까요. 그러면 어떤 게 현실이고 꿈일까요. 나는 지금 걸음마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입니다. 현실이든 아니든 정말 암담합니다.


 아무런 영감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항상 이상을 바라 왔던 나에게 아무런 자극이 필요 없게 된다면 현실에 맞닥뜨릴 수 있을까요. 지금 겪고 있는 이 현실을 나의 소재로 삼고 싶지 않습니다. 더 이상 이 순간을 미래에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삶의 증거로 남기지 않고 싶기 때문에 이상을 꿈꿀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약이다.", "내일은 해가 뜬다." 이딴 소리를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심해 보입니다. 저에겐 살면서 그랬던 적이 없습니다. 꿈을 꾸고 희망을 갖고 목표를 위해 열심히 상상하고 실천해가면 현실에 가까워지려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도 안 보면서 꿈에서는 덩그러니 서있는 나 자신을 잘도 보는 사람입니다. 그게 바로 나의 현실이고, 비로소 상상이 되는 겁니다. 나의 영감은 상상이 되어 나에게 물들 뿐입니다.


 얼마 전까지 나의 현실은 꿈이 되어 어딘가로 이동 중에 있었습니다. 그 꿈엔 색이 있고 빛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에 꿈에서 깨면 다시 암담해집니다. 그리고 다시 상상합니다. 나는 그동안 나만의 방식으로 누군가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왜곡이 있었고 침묵만 가득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꿈에는 노래를 부르기엔 한계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멜로디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알파벳은 읽을 수 있지만 코드를 치진 못합니다. 꿈에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어도 최소한의 대화는 가능했을 텐데 그걸 못해본 게 아쉽습니다.


누군가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만 있다면 나의 현실이 상상이 되더라도 이대로 머물 수 있습니다. 이제 나에게 현실은 상상이고 꿈입니다. 침묵하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밤마다 꿈에서 지내는 건 예전부터 익숙했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오지랖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침묵뿐이었고, 침묵이 상상을 만들어냈고, 오지랖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그게 나 자신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누군가의 상상이 흘러들어 오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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