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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morebi Feb 02. 2021

울고 싶은 게 아니라  울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adult


 살다 보면 스스로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다. "나 철든 거 같아." 물론 철든 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간혹 내가 봐도 내가 어른스러운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그중 하나는 울고 싶은 순간이 있을 때 울음을 찾는 게 아니라 울고 싶다고 주변 친구에게 말하고 싶은데 참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눈물은 안 난다. 오히려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무뎌져서 더 이상 슬프진 않지만 슬픈 느낌이 있다. 슬프진 않지만 슬플 때. 눈물은 나지 않지만 울고 싶을 때. 슬픔이 무뎌진다는 건 슬픈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슬픔을 느끼고 싶진 않다. 사람의 감정이 점점 제로(0)에 가까워질수록 철이 든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점점 나를 잃어가는 것.


 살다 보면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말이다. 마지막으로 울었을 때가 생각난다. 2 전쯤 알라딘에서 쿠루리의  앨범을 샀다. 한동안 사놓고 듣지 않다가 어느  자기 전에 시디플레이어에 넣고 눈을 감고 들었다.  번째 트랙인 '굿모닝'이라는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났다.  오랫동안 흘렸다. 배게가 젖을 정도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일본 곡이기 때문에 가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뿐더러 딱히 힘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울고  다음 마음은 엄청 후련했다. 마치 그동안 참고 버텨왔던 인생을 잠시나마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노래를 한동안 들었지만 그때처럼 눈물이 나거나 슬픈 일은  이상 없었다.


 스스로 '속 빈 껍데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실 지금도 가끔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은 속이 빈 껍데기가 아닐지 몰라도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고 그렇게 될 때가 있다. 한 예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직업은 SNS에 많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 자신의 취미나 일상을 보여주는 식이 많아 보이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은 내 일을 홍보하고 자랑한다. 그게 전부다. 내가 주로 생각하고 이루고 싶은 것이 SNS에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것 외의 나는 무엇이 남아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울고 싶진 않지만 눈물이 맺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슬픈 거 같긴 하지만 눈물이 안나는 감정. 슬픔이 아니라 공허한 느낌이 더 맞을 것 같다. 속이 빈 껍데기처럼 마음은 공허하지만 그렇지 않은 척 보이려는 내가 과연 어른이 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 이 글을 다시 본다면 어쩌면 외로운 느낌이 덜 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글을 쓴다. 미래로 가서 얼른 이 글을 읽고 싶다. 이제 어린애 같은 마음은 없다. 힘들 때 울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울고 싶다고 빈말이라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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