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morebi Apr 05. 2021

새로운 습관 2

a new habit 2


 face front - 무엇이 됐건 정렬을 할 때 상표나 물건의 얼굴로 보이는 것들을 전부 앞이 보이게 해 놓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예쁘게 정돈해놓으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약간 집착성 정렬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조금은 놀랐다. 예를 들면 바삐 나갈 준비를 하는 와중에 사용했던 세안용품이나 향수 등등 온갖 케이스를 비롯해 화장실 슬리퍼조차 바닥 타일의 선을 맞춰서 앞으로 가지런히 향하게 두고 외출을 하는 나의 행동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집중하지 않고 굳이 신경 안 써도 될 사소한 것부터 먼저 생각하고 안 하면 찝찝한 느낌이 들곤 한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외출하기 전에 같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음부터는 안 그래야겠다고 다짐을 해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해지고 정리정돈을 함으로써 내일이 아무 문제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ven number - 무엇을 하든 간에 짝수로 행동해야 한다. 첫 번째로 음악을 들을 때 볼륨을 0에서 짝수로 올려서 맞추고 듣는다. 이건 많이 괜찮아졌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스스로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편하게 듣기 시작했지만 얼마 전까지는 짝수로 볼륨을 맞춰서 들어야 노래가 편안하게 들렸었다. 두 번째로 어떤 동영상을 보든 간에 보다가 도중에 일시정지를 해야 할 때는 꼭 짝수의 초단위로 끊어서 멈춘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바빠도 짝수로 끊어서 영상을 멈춘다. 세 번째로 한 번의 행동이 아닌 두 번 행동한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 없는 날 창문을 열어 크게 심호흡을 하면 꼭 짝수로 마신다. 그리고 지하철을 탈 때 개찰구의 번호가 최대한 짝수인지 확인하고 탄다. 홀수 중에서도 호불호가 있다. 호불호까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홀수의 개찰구를 지나야 할 때는 1번과 7번을 골라서 탄다. 그렇다면 짝수 가운데에서도 싫어하는 숫자와 좋아하는 숫자가 있다. 2와 8을 가장 좋아하고 6을 가장 안 좋아한다. 좋고 싫고의 느낌적인 게 제일 크다. 왠지 6은 홀수와 닮아 보인다. 자연적으로 3이라는 숫자가 생각나고 홀 수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숫자가 3이기 때문이다. 2와 8이 좋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계속 나의 주변을 맴돌았던 숫자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학급 반 번호라던지 나에게 제일 기억에 남는 해의 연도라던지 중요한 순간에 곁에 있던 숫자이기 때문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2와 8을 좋아하는 감정은 새로운 습관이 아닌 오래된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Solani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