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ing of Magnets
여행지에서 자석을 사는 것은 여행의 기억을 결정하는 일이다. 일상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붙어 있는 자석을 보며 그 여행을 어떻게 떠올릴지 선택하는 것이다. 기념품샵에서 뭔가를 구입할 때, 결국엔 내 눈으로 본 랜드마크, 직접 맛본 특산물, 눈앞에 마주했던 풍경을 담아 놓은 물건에 먼저 손이 가기 마련이다.
2014년부터 자석을 모으기 시작했으니, 올해가 딱 수집 10년이 되는 해다. 그전에도 여러가지로 여행을 다녔지만, 아르바이트로 겨우 모은 푼돈을 들고 떠나는 마당에는 여남은 동전 몇 개도 소중한 처지였다. 가장 저렴한 엽서를 사거나 관광지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는 리플렛, 차표 같은 것들을 매번 소중히 챙겨왔지만 막상 갖고 돌아오면 쉬이 손과 눈이 가지 않았다. 그에 비해 자석은 작아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손에 쥐었을 때도 제법 묵직하다.
내가 모은 자석은 특별하거나 귀한 것들은 아니다. 어떤 것들은 인터넷에 검색해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질도 고만고만하고, 손바닥만한 여백 안에 도시의 자랑거리를 욱여 넣은 모양새와 색깔도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럼에도 내가 자석 이야기를 이토록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도시의 상징과 맥락, 내가 쌓아 온 여행의 기억들을 하나씩 톺아보고 싶어서다. 내가 이 과정에서 재미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또 다른 자석을 소개하기 위해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기에 이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