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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속의 사람들

마인츠, 독일 │ Mainz, Deutschland

by 최수현


독일에서 반 년간 교환학생으로 살았던 적이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20여분 이동하면 마인츠에 도착할 수 있다. 마인츠는 22만여 명이 사는, 라인강을 오른쪽에 끼고 있는 소도시다. 여느 유학생들이 그렇듯 나도 내가 머물렀던 도시와 그 도시의 랜드마크에 남다른 애정과 애틋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나는 마인츠에 가장 오래 머물렀으면서, 기념할 만한 자석을 갖지 못했다. 도시를 떠나기 직전 여러 서점과 관광지를 돌다가 겨우 구매한 것이 바로 이 자석이다.

암펠만을 오마주한 마인첼 맨셴, 코팅 종이에 자석, 2017.


이 자석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맥락을 알아야 한다.
첫번째는 Ampelmännchen(암펠맨셴)이다. 1961년에 심리학자 Karl Peglau가 디자인한 것으로, 동서독 시절 동독에서 사용되었던 교통 신호를 더욱 직관적이고 친근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통일 이후에는 동독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으로, 또 독일 대중문화의 일부로 널리 사랑받았다.

암펠맨셴이 그려진 신호등


두번째는 Mainzelmännchen(마인첼맨셴)이다. 독일의 공영 방송사인 ZDF(Zweites Deutsches Fernsehen)에서 제작한 캐릭터로, 1963년부터 방송 중간 광고 사이에 등장해 짧고 유머러스한 상황을 연출한다. Mainzelmännchen은 'Mainz'와 'Heinzelmännchen'이라는 독일의 작은 도깨비를 뜻하는 단어의 결합이라고 한다. ZDF의 대표적인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이 캐릭터들은 독일 사람들에게는 유머를 상징하는, 친숙한 존재다.


실제로 마인츠에는 이 캐릭터가 적용된 신호등이 있고, 트립어드바이저에도 등록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신호등을 보러 일부러 이 건널목을 찾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025년 업데이트 : 다시 방문한 마인츠에는 이 신호등이 구도심 곳곳에 생긴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도시 브랜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갯수를 더 많이 늘리고 있다고 했다.

마인첼맨셴이 그려진 신호등

마인츠에는 훨씬 더 흥미진진한, 문화적 자원과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내 자석에 담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지속적인 애정으로 한 캐릭터를 문화적 아이콘으로 만들고, 국가의 정체성으로까지 형성해 가는 일이 한국에서도 가능할지? 문득 생각해 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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