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ing Magnets
자석을 사려면 일단 조금 용기를 내야 한다. 기념품샵을 찾아간다는 것은 내가 관광객임을 스스로 내보이는 것이다. 손에 땀이 나는 호객 행위와 흥정의 시간을 견뎌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찌되었든 온갖 잡동사니가 꽉꽉 차 있는 기념품샵에서 방해 없이 자석들 앞에 선다면 그것으로 절반의 성공이다. (대부분 자석은 저렴한 기념품이기 때문에, 똑똑한 주인들은 이미 판단을 끝낸다. 저 관광객 녀석이 우리 가게에서 대단히 비싸고 좋은 것을 팔아주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신중하게 자석을 골라야만 한다. 그놈이 그놈 같지만 프린팅이 깨끗하게 되었는지, 눈 코 입은 제대로 박혀 있는지, 너무 비싸진 않은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충분히 담고 있는지를 판단해 본다. 정성스레 포장을 해 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포장재 하나 없이 자석만 쓱 내미는 곳도 있다. 철제로 된 것들은 문제없는데, 석고로 만든 것들은 (특히 모양이 길쭉하거나 삐죽 튀어나온 것들은) 잘못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져 버린다. 그러니 점원이 포장을 대충 해 준다면 꼭 가방에 조심스레 넣고 돌아갈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자. 나는 옷 사이에 겹쳐 두거나 가방의 작은 주머니 가장 안쪽에 넣어 두곤 한다.
자석을 구매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여행의 첫머리에는 내가 겪지도 보지도 못한 것을 얼결에 구입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완벽한 놈’을 찾기 위해 너무 주저하면 마음에 들었던 것들은 놓쳐 버리고 모든 선택권을 잃은 채 공항에서 못생기고 비싼 놈들을 두고 울며 겨자먹기로 허겁지겁 고르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충분히 둘러보고 여행을 마감하는 이틀 전이나 하루 전날 기념품점을 방문하는 편이다. 하루 일정으로 잠깐 들르는 여행지에서라면 기념품점이 모여 있는 곳이나 시장을 들르도록 노력한다.
가장 마지막 단계는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며 냉장고에 붙여놓는 것이다. 딱 하고 경쾌하게 자석이 냉장고에 달라붙는 그 순간이 여행이 정말로 끝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