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1.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
85p
잠들기 전, 할머니는 내가 없는 방이 벌써 허전하다고 말했다. 내가 일러주지 않으면 늘 드라마 시간을 놓치던 할머니는 앞으로도 계속 본방송을 놓치게 될 거였다. 사소하지만 그런 게 마음에 걸렸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길 원했지만
정작 떠나게 되었을 땐
그들을 두고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망친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에게 미안했다.
118p
돌아보면 할머니는 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데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게 당신의 습관이 된 걸까 봐 마음이 아팠다.
164p
살면서 그런 시간을 통과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이 하루를,
깊이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깃드는 시간
198p
아이란 무엇일까. 외롭다는 친구에게 "엄마, 내가 있잖아요"라는 말로 위로를 건네는 친구의 네 살 난 아이를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내 앞으로 뛰어가는 아이를, 얘야, 학고 불러 멈춰 세운다는 것은, 그때 저 앞에 정지한 그림자가 내게서 떨어져 나온 작은 얼룩임을 알아챈다는 것은"이란 시구절에 오래 멈춰 마음이 일렁였다.
199p
두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 내게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었다. 그래서 아이였던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도록, 작은 일에도 크게 웃고,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한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용기가 있고, 가끔 우울에 빠지더라도 결국엔 밝은 쪽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구두 대신 운동화를 좋아하는 씩씩하고 덜렁대는 사람으로,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줬다. 그렇게 나를 키워 주었다.
216p
나와 다르게 그들은 가끔 친숙한 곳에 죽음을 맡겨 놓은 사람들처럼 군다. 마치 언제라도 그것을 찾으러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이.
... 그들이 나의 사진을 남겨 주었던 것처럼, 어쩌면 그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나의 몫이라는 걸. 더 늦기 전에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2. 내게 준 의미
'약한 존재들이 서로의 삶을 견인하는 위태롭고 위대한 이야기이자 최선을 다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라고 소개한 은유 작가의 이야기처럼, 담백한 이야기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나도 어서,
"나의 두 사람"을 위한 기억과 기록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