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나를 지탱해 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프랑스어학과를 전공하다가 우리 학과로 전과를 했던 학생이 전공 수업과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있다며 찾아왔다. 질문 내용에 대해서 모두 설명해 준 뒤 노트북을 정리하던 P는 연구실 책장에 많은 그림책을 봤는지 문득 내게 물어봤다.
“교수님, 혹시 ‘Sad Book’ 아세요?”
생소한 책 이름에 나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P는 검은색 이스트팩 가방의 깊은 구석에서 그 ‘Sad Book’을 꺼냈다. 가방에서 책의 표지가 얼핏 보였을 때
“앗! ‘내가 가장 슬플 때’잖아요?!"
나도 너무나 좋아하는 그림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큰 소리로 말했다.
“번역본만 갖고 있었는데 그 책의 원제가 ‘Sad Book’인 줄은 몰랐어요.”
P 역시 나의 반응에 미소를 띠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어디를 가나 항상 이 책을 갖고 다녀요. 이 책을 갖고 다니면 마음이 안정되고 차분해지거든요.”
"저는 동화책(그림책이지만 P는 동화책으로 표현했다)이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동화책에 대한 제 생각이 정말 크게 달라졌어요. 그래서 친구들 생일 때 이 책을 생일 선물로 자주 주곤 했어요. 저처럼 친구들도 어떤 큰 감동을 받았음 해서요."
P가 친구들 생일 선물로 자주 주었다는 'Sad Book'은 소중한 아들 에디를 잃은 아버지의 슬픔과 고통에 대한 그림책(마이클 로젠 (지은이), 퀜틴 블레이크 (그림))이다. 슬픈 내용의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P는 이 책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내가 지금 슬픔 속에 있다면 즐거운 일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나와는 또 다른 슬픔을 보아도 될 일이다. 살다 보면 일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 나는 무력감과 좌절감, 아픔과 고통에 꼼짝할 수 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 버린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하지만 그런 삶의 고난이 나만의 불행이 아님을 알았을 때, 누구나 어떤 슬픔 속에서도 매일매일을 살아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의 슬픔이 너의 슬픔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될 때,
어쩌면 나도 모르게 큰 위로를 받고 있는 게 아닐까?
p.s > ‘내가 가장 슬플 때’를 생일 선물로 주는 건…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