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제적 정의, 금수저 논란, 최근 이러한 문제가 부각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바로 경제위기다. 모두가 충분히 기회를 갖고(표면적으로는 공정하게) 적당한 경제적 자립을 이루게 된다면, 다소 불합리한 대물림이 일어난다고 해도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를 해 좋은 일자리를 얻는것도 힘들고, 힘들게 일자리를 얻었다고 해도 열심히 노력한 나보다 강남에 건물 몇채 가진 부모님을 둔 쟤가 더 잘산다.
심지어 같은 노력을 하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부모님 잘만난 쟤가 나와의 경쟁에서 항상 이긴다. 공교육 외의 집안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대로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은 스스로는 만들 수 없다. 전 세대의 부에 의지하게 된다. 이미 가난한집에서 독하게 공부한 사람이 자수성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심지어 그냥 쪽집게 과외하는 쪽이 사전을 달달 외우는 고학생보다 대학도 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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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기서 일부 금수저가 공부 안해서 대입을 망하는 사례를 들어봤자다. 걔들은 유학을 가서 학적을 세탁해올 수도 있다. 혹은 고학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갔다가 결국 치킨집을 열게 되면 그 치킨집에서 월세를 받아가는건 그 공부 안해서 대입이 망한 금수저니까.
이런 불합리를 이야기 하면 흔히들 부의 대물림이 나쁜것인지 반문한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노력여하에 따라 성공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이다. 맞다. 노력여하에 따라 성공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인구에서 자수성가 할 수 있는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은 사실이고,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건 그냥 통계적 진실이다.(양극화란 자식들의 자수성가를 위해 투자 할 수 있는 부모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면이 있다.) 부의 대물림이 불의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지 못할것이라는것이 문제인거다.
우리나라가 계급이 있는것도 아니고 계층으로 따져도 누가 계층이동을 억지로 막고 있는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 노오력을 하란말이다 노오력을. 조선시대같은 철저한 계급사회에 비하면 얼마나 기회가 보장되는 아름다운 나라라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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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제강점기를 겪기 전 조선을 살펴보자. 삼정의 문란, 족보매매, 세도정치, 조선후기의 사회적 혼란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져있다. 혼란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세도정치의 폐단은 가장 크고 유명할 것이다. 나머지는 그의 파생형 혼란일 정도니까. 그 세도정치가 계급의 고착화, 그들만의 리그를 뜻하는 것이다. 고려말의 혼란(권문세족)과 조선초기의 중흥에 대한 비교도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조선을 철저한 계급사회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조선의 계급은 법적으로는 왕, 양인, 천인으로 구분된 굉장히 단순한 계급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불가침의 왕이나 불가촉의 천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양인에 속했다. 그러니까 영의정이건, 소를 치며 농사를 짓던 양씨건 둘 다 법적으로 계급차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양인은 물론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었으며, 공부를 하는것에도 어떠한 제한도 없었다. 문제는 과거시험을 치르려면 돈이 무지하게 많이 든다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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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선시대에 양반은 문반과 무반에 속하는 관료를 일겉는 말이기 때문에 인구의 1.9%가 양반이라는 의미는 조선 정부에서 업무를 보는 문무관리와 그 존속의 비율의 1.9%였다는 의미지 그들이 1.9%만 존재하던 특권층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양반 외의 양인의 과거합격비율은 50%정도를 유지했다. 물론 그중에는 양반에 속했거나(4대 이상 문반, 무반에 속하는 관리를 배출하지 못하면 양반이라고 불리지 못했다.) 그정도의 경제력을 보유한 이들이 많았을것이다.
결국 이러한 관리등용시스템, 철저한 유학자위주의 과거제도는 오늘날의 고시와 별 다를바가 없었다.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양인을 보조할 수 있는 집안의 재력,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그 시간마저 과거공부에 전념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점차 중요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양반은 특권층이 아닌 특권층이 되어갔다. 그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던 양반들이 계속해서 자식들을 과거에 합격시킬 수 있었다. 그 경제력이 안되는 양인들의 합격률은 점차 줄어들고 양반은 계급으로 고착화 되었다. 거기에 더해 사회적 계급이 생겨났다. 법적으로는 양인과 천인으로만 구분되었지만, 양반계급이 고착화되면서 더이상의 신분상승 동력을 잃은 양인들은 중인, 상인으로 분류되며 고착화되었다. 계급이 아니라 부를 대물림하는것 만으로 계급이 대물림 되기 시작한것이다. 후기에 이르면 과거시험을 경제력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돈으로 사람과 관직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렇게 경제력으로 고착화된 계급이 썩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최종형이 세도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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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연 조선은 신분상승의 기회가 막혀있던 계급사회였을까? 일부 서얼과 천민을 제외하면 지금의 대한민국과 그렇게 다르지 않았을것이다. 직업의 다양성, 평등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사회와는 기회의 다양성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그럼 우리는 조선과 달리 부의 대물림이 계층의 고착화로 이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이미 늦었다. 조선시대의 과거시험, 기술직, 향리제도 등이 양인의 신분상승 방법이었다면, 지금의 한국의 신분상승률은 조선초기에 미치지 못할것이다. 안일하게 부의 대물림이 뭐가 나쁘냐고 묻는 이들은 나이브하거나 그 부의 대물림이 대물림이 아닌 부의 정체에 해당한다는것, 경제력이 계층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은 사회적 모순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며, 그러한 특권층이 국가시스템의 헛점을 유린하면서 망했다. 과연 지금 부의 대물림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못하는 이들은 자기들은 조선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조선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정도로 복잡해서 전문가들조차 어딜 해결해야 이 사회가 나아지는지 확실하게 진단하지 못하는 현대사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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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부의 대물림, 내가 번것을 내가 자식에게 넘겨주는게 나쁜일은 아니다. 그것이 경제적 욕구의 동력이 되고 경제적 성장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그걸 당연한듯 정당화 하려고 하지 말라는거다. 부의 대물림은 개인의 도덕심에 반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는 좋지는 않은일이다. 부의 대물림을 무한긍정하는것은 잘못은 아니지만 이기적인 일이다. 이기적인것은 나쁜게 아니다. 경제학은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하지 않나. 물론 같이 좀 살자는 사회구성원들의 아우성은 잠깐 귀를 막으면 되는 일이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부의 대물림에 대해 지적하는건 니가 부모로부터 돈을 한푼도 못받아서 나와 똑같은 상태로 시작해야 된다거나 나와 같은 거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니 돈을 뺏어서 우리가 똑같은 상태로 시작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니까 진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