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사잡담

국회의원 세비가 아까운 진짜 이유

세비를 주는게 낫다.

by 훙훙


국회의원 세비와 관련해서 스웨덴이니 뭐니 하는 예를 들며 세비를 줄이자는 1차원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전 국회의원 세비가 매우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국회의원 그렇게 할 일없이 노는 사람들 아닙니다.


무조건적인 정치혐오는 전혀 쿨해보이지도 않고 힙해보이지도 않으며, 생각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나 세금사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아가느냐는 접어두고 공무원들에게 '녹'을 왜 지급해야 하는가를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를 아는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사실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대부분의 일들은 인류문명이 개화한 이래 역사적으로 선례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들의 급여문제를 이야기 할 때 흔하게 이야기되는, 봉사정신, 혹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우리에게는 관리의 도덕과 청렴성에 큰 비중을 두고 나라를 굴렸던 역사가 이미 있습니다. 고려말 권문세족의 탐욕에 치를 떨며 일어난 신진사대부들이죠. 이들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관리들은 철저한 유교정신으로 무장해야 하며, 나라를 이끌어가는것은 자신의 부귀영화가 아니라 백성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관리로 일한다는 것은 선비로서 자기희생을 담보로 해야 한다고 여겼죠.


그런 마음가짐으로 개창된 조선은 정말 턱없이 낮은 녹봉으로 관리들을 갈아넣기 시작했습니다. 생활비를 겨우 충당하거나 혹은 모자라거나... 그나마 중앙관리들은 녹봉을 받았지만, 지방관리들(지방관아의 이방, 형방 들은 중앙파견직이 아닌 지방행정직입니다.)은 아예 녹봉이 없었고, 심지어 관아 운영비는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유교정신에 입각한 당연한 사대부의 봉사라고 여겼죠.(일종의 철인정치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조선초기 관리들은 자기 재산을 써가면서 관리로 복무하며 국가와 백성을 위해 봉사하는 시스템이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로 지방에 자기 땅과 터전을 갖추고 그 재산을 바탕으로 서울의 정계에 진출 하는 사대부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국회의원들이나 고위공무원들에게 요구하는 자세죠.


그래서 조선은 올바른 유교정신과 사대부의 봉사로 훌륭한 국가 운영을 해냈냐. 다들 알지 않나요?


개국초기에는 그나마 이런 이미지가 잘 이어졌습니다. 속은 어떤지 몰라도 표면적으로는요.


우리가 명재상의 상징으로 꼽는 황희는 오랜정치생활동안 수차례 고발을 당하는데, 대부분이 뇌물 수수혐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희는 실각하지 않습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세종이 늙어죽기 직전까지 관리로 굴립니다. 왜냐, 당시 관리녹봉만 가지고는 아예 생활이 안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뇌물 수수와 매관매직은 관행처럼 허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방직들은 어떨까요? 관아의 운영비도 없는 고을사또가 관아의 일을 처리하려면 지방토호들의 지원이 필요했습니다. 때문에 사또는 지역 토호들과 긴밀하게 교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토지와 수확량을 중앙에 보고해 세금을 올려보내는 일이 사또의 업무입니다. 그렇게 세금을 중앙으로 보내봤자, 사또의 녹봉은 중앙에서 지급하는거라 더 늘어나지도 않고, 관아운영비가 풍족하게 내려오지도 않습니다. 대신 지방토호들은 당장 자기 밥도 사주고, 고을의 대소사가 있으면 자기들 돈을 써가며 사또 체면도 세워줍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자기 소유 토지의 등급을 한등급만 낮춰 달라고 합니다.


봉사라는 것은 한 개인이 봉사활동 외의 다른 영역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때나 성립하는 것입니다. 고위공무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녹이 충분치 않다면 그 녹을 만들어낼 방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권력자들에게 철인수준의 도덕성을 강제하고 기대하는것은 플라톤이나, 왕망, 조선초기의 사대부들이 수없이 시도했다가 전부 망한 방법입니다. (왕~망했당)


이런 낮은 녹봉의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저런 형태의 정치는 필연적으로 자기희생을 근본으로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 자기 재산을 써가며 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정치활동을 뒷받침할 '장원'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버틸 수가 없습니다. 결국 금권정치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처럼 인기투표와 비슷한 선거제도를 가진 곳에서는 더더욱 돈없는 이들이 정치를 할 수 없게 만들것입니다.


스웨덴 국회의원들과의 비교 또한 무의미한 일입니다. 스웨덴과 우리나라는 선거제도가 아예 틀립니다. 또 (이것도 중요하다고 보는데)고복지 국가인 스웨덴이니 당연히 국회의원도 고복지의 혜택을 받습니다. 개인적인 재산 여부의 중요도가 떨어집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1억을 받고, 스웨덴 국회의원이 10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스웨덴 국회의원은 5000만원 어치의 복지혜택을 같이 누리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앞서 말한 선거제도의 차이도 굉장히 큽니다. 스웨덴은 정당명부비례대표로 349명의 의원을 뽑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개인의 선거비용 부담이 덜한 선거제도 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선거구제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구 사무실과 담당비서를 고용하지 않으면 선거를 치를수가 없습니다.(져도 상관 없다면 그렇게 치뤄도 되겠지만...)


이런 선거제도의 차이는 의회에 투입되는 예산의 차이를 낳게 됩니다. 스웨덴의 정당보조금은 약 800억원으로, 우리나라의 보조금 약 400억원의 두배에 달합니다. 물가차이를 생각한다고 해도, 의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과 비교했을 때, 스웨덴 의회 자체가 의원 개인보다 정당에 큰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죠. 어짜피 선거제도가 다른나라와 비교해봤자 무의미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게다가 스웨덴 인구는 우리나라의 1/4도 안됩니다...)


또 평균임금과 비교해 국회의원 세비가 너무 높다며 다른나라와 비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국회의원 세비가 높은게 아니라 우리나라 평균임금이 너무 낮은겁니다.


국민감정상 국가재정은 아끼면 아낄수록 좋고, 제일 눈에 많이 밟히는데다가, 때만되면 언론에서 씹어대는 정치인들이 그 원흉으로 지목되는 것은 좋습니다만, 그리고 거기다가 대고 욕을 하는 것 까지도 좋습니다만,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나 고위공무원이 욕을 먹는 지점은, 세비가 비싸다는 부분이 아니라 일을 똑바로 안한다는 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딱히 일을 안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호도해 정치혐오에 빠지게 하려는 미디어나 일부 정치인들을 혐오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도 역사의 한 단편인데,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하는데 큰 역할을 한것은 히틀러가 아닌 정치혐오에 걸린 독일국민들이었습니다. (의원들이 후원금1억5천만원 모으는것도 세비나 혜택으로 치는 언론들은 제정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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