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 범사에 감사
별이 흐르는 것과 쏟아지는 것은 다르다.
몇 년 전 나는 우연찮게 쏟아지는 별을
온몸으로 맞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과.
조용한 해변이었고,
그 사람도 나와 같은 여행자였다.
우린 통성명 외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에게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밤 눈이 부실 지경의 별빛과
소금기 가득 머금은 따스한 바람,
팔꿈치에 닿던 바스락거리던 모래는 기억이 난다.
아,
곁에 앉아있던 그 낯선 이에게
지금 우리가 보는 별빛은 까마득한 과거에서
온 것인걸 아냐고 물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나에게도 소중한 이가 생겼고
나는 그가 나와 같은 것을 보길 소망했다.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그 폭포수 같던
별빛을 그도 보길 바랬다.
신중하게 별을 볼 수 있는 곳을 골랐다.
나의 발길이 우연히 머물렀던 그곳으로
다시 갈까도 싶었지만,
별이 더 잘 보이는 곳이 있다는
유혹적인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명소답게 관광객이 북적였고,
우리는 긴 시간은 운전하며 피곤해져 있었다.
어둠이 충분히 스며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에
우린 더운 음식을 해먹은 후
맥주를 서너 병 마셨다. 날이 몹시 추웠다.
어둠이 산속 구석구석,
호수 가장자리까지 내려앉자
별의 유영이 보였다.
별들은 연약한 듯 집요하게 빛을 내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왠지 조금 긴장해서 그를 흘끔 보며
'내가 본 것과 달라.
내가 본 건 마치 죽기 전 마지막 빛을
내뿜는 듯이 강력했는데'라고 말했다.
내가 겪은 그 힘찬 별빛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고
그가 실망했을까 괜한 긴장감이 들었다.
그는 '이것도 좋지? 엄청나다.'라고 말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젖혔다.
하긴, 이 또한 좋은 걸 뭐 어떠랴.
한 손은 그의 주머니 속에,
다른 손은 시원한 맥주병을 쥔 채
흐르는 별을 보고 있지 않은가.
마음이 맞는 건강한 두 사람이 별 사고 없이
이 산골짜기에 도착해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있지 않은가.
안경을 쓰면 아직 제법 쓸만한 두 눈 덕분에
이 별들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감사할 일도 이리 많은걸
뭣한다고 아쉬운 일부터 생각하겠는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고
차분한 별의 행진 아래에서 겸손히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