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흰둥아~~~흰둥아~~~ㅡ
작년 가을...
친구들과 장어를 먹으려고 양평으로 가는 도중
그전부터 알고 지내던 둘리언니 (강아지 이름)가
내게 급히 전화를 하셨다.
"굴아!!! 우리 앞집에 대문을 열어 놓는 집이 있는데 거기 흰 개가 한마리 들어왔데. 어찌나 사나운지 근처도 못가...근데 거기 아저씨들이 사람은 좋은데 미덥지 못해서...좀 와줄수 있겠니? "
아주 잠시...1초 정도 화가 밀려왔다.
'휴일날 아침부터 에휴...내 팔자야...'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하겠는가? 이내 상황을 받아들이고,
" 언니~제가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내일 출근 하고 들러볼께요 . 녀석이 어디 못가게 꼭 데리고 있어 주세요~ "
라고 답했다.
둘리언닌 연신 고맙고 미안 하다는 말씀을 되풀이 하셨다.
난 웃으며 통화를 끝냈지만...연거푸 한숨이 나왔다.
운전하던 선배가 " 야! 너도 좀 싫다고 거절해라!니가 자선 사업가냐? 몸도 아픈게 너무 넌 오지라퍼야..." 라고 말한다...
" 오빠... 그래도 날 믿고 도움 요청하잖아...이렇게 해서 한마리 생명이라도 살린다면 난 만족해, 모든 생명을 다 구할순 없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녀석들 몇이라도 살릴수 있다면 난 행복해..."
라고 말은 했지만...속은 결코 편치 않았으며...
밥을 먹는 내내 녀석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ㅡ 사진 설명 ㅡ
거리를 떠돌다 대문이 열린 집으로 들어와
현관 옆 보일러실에 자릴 잡은 녀석 ...
둘리언니와 동네 분들이 추울까봐 깔아주신
이불들... 아직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해준 사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