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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Apr 23. 2017

ㅡ 인연 2 ㅡ

 ㅡ 핥짝 핥짝 ㅡ

밤새 잠을 설치고 아침을 맞이 했다.

점심 시간 무렵 , 스쿠터를 타고 하얀개가 무전취식

중 이라던 파란 대문 집을 들어갔다. 이때 까지만 해도 난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둘리언니가 미안함 반 근심 반이 뒤섞이신 표정으로 날 맞이 하셨다.

"굴아...쟤 너무 사나워...내가 며칠째 간식이랑 사다주고 소세지도 사다 줬는데 곁을 안주네...  "

싱긋이 웃고는 녀석이 머무는 보일러실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똥내가 코를 찌른다.

안이 텅 비었음을 확인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녀석을 찾았다. 뭘 느낀건지 미리 현관 옆 공간으로 피신해 있었다.

녀석이 말을 할줄 안다면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줄텐데, 녀석의 이름을 모르니 ... 아쉬운 대로

급조한 이름이 흰둥이 ...나름 털이 하얘서란 의미도 있다 .ㅎㅎ

" 흰둥아~"

" 으르르릉.....크르릉.... "

역시나 이를 하얗게 드러내고 온몸으로 두려움을 표현한다.

난 현관 앞 계단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나즈막히 읖조렸다...

" 너 무섭구나?...걱정마 임마...내가 지켜줄께 "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이 내 등에 대고 킁킁댄다. 난 마네킹 처럼 가만히 있었다.

내 움직임이 녀석에게 두려움을 줄지 모르니까.

이내 내 허벅지에 앞발을 얹고는 낑낑대며

얼굴을 핥아준다.

'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

내 가슴에 내 뇌리에 박히는 한 문장....

난 녀석을 번쩍 안아 들었다.

이내 코를 찌르는 똥내를 녀석은 마구 뿜어댔다.

엉덩이 부분을 만져보니 ,항문에서 반경 10cm 부위는 마치 초콜렛 처럼 똥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  아놔~야 이눔아~이 똥덩이 스키야~"

웃으며 녀석을 놀려댔다.

그럴때 마다 핥짝 ~핥짝~

내게 입을 맞추었다.

"굴아! 니가 첨이야 ! 세상에나 얘가 사람 볼줄 안다...세상에 ...내가 그렇게 챙겨 줬는데 배신감 느낀다 이녀석아~~  "

라고 말씀 하시는 둘리 언니의 눈빛에서 안도가

느껴졌다. '이제 넌 살수 있겠다 '라는 안도감이...

"  언니...얘 주인 찾으면 안될꺼 같아요..."         대충 밀어서 상처 투성이인 몸뚱이와

대략  3센티는 되어 보이는 발톱...

가까이서 보고서야 녀석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

발톱이 너무 길어서 옆으로 휘었다.

 발바닥은 땅바닥을 제대로 디디지도 못하는 그런 처참한 몰골 이었다.

" 그래...진짜 주인 찾으면 안되겠다.이게 학대 방임이지 뭐야?...나쁜 사람들.... "

언니도 녀석의 몰골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자켓으로 녀석을 감싸 안고 한손으론 녀석의 엉덩이 받치고 한손으론 스쿠터를 운전하며 ,

경운기 보다 느린 속도로 병원엘 갔다.

가면서도 난 연신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  흰둥아~ 이모가 꼭 좋은 엄마 찾아줄께~"

"  핥짝~"

"야!~임마 똥내나 ~가만히 있어~ "

" 핥짝~ "

겹쳐진 내 뱃살에 작은 발을 오무려 끼우더니,

마치 점프를 하듯이, 발에 힘을 주며 일어나 뽀뽀를 한다.

우리의 모습은 마치,

몇년을 함께 한 가족 같았다.

그렇게 월요일이 지나갔다...


ㅡ 사진 설명 ㅡ

다음날 미용을 마친 녀석의 모습...

몸에 난 상처는 아물고 낫겠지만,

마음의 상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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