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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 Sep 15. 2018

ㅡ 의무 ㅡ

힘들지만 해야만 하는 일   ㅡ 의무 ㅡ

우린 지구상 생명체 중 가장 우등하다.

그 우등과 우월을 과시하란 뜻으로

인식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등하기에 나보다 약한 존재를 보살필 의무도 있다.

지지난 주...

옆집 언니가 뜬금없이 사무실에 들렀다.

출근 하다가 다친 아가냥을 발견했다는 그 한마디만 남긴채 갔다.

그 한마디가 내겐 엄청난 스트레스 였다.

하늘을 보니 밤보다 어둡다.

이내 비가 쏟아질 듯 잔뜩 찌뿌렸다.

나 역시도... 벌어야 먹고 사는 입장이라

솔직히 답답했다.

그래도 난 사람이다.

적어도 나보다 못한 그들을 보살필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난 녀석이 있다는 신작로 옆 화단을 수색했다.

역시나 작은 몸을 잔뜩 웅크린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녀석과 난 대화 따위가 필요 없었다.

눈빛만 봐도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두려운지,

또...얼마나 살고픈지 느껴졌다.

아플까봐 눈물이나서...난 차마 녀석을 안지 못했다.

때마침, 지나가던 청년에게 녀석을 살짝 보듬어서 박스안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분은 너무도 흔쾌히 도와주셨다.

그렇게 녀석은 새 삶을 살아갈 첫 발을 내딛었다.

작년부터 공황장애가 재발해서 난 엄청 고전 중이라, 녀석을 도와줄 분을 찾아 보았다.

두드리면 열린다고  누가 말했던가?...

'참...세상 아직 살만 하구나 ... '

너무 기뻐서 아이처럼 뛰어댔다.

그렇게 녀석은 새 가족을 찾아 떠났고...

지금 " 기갈 " 이란 이름으로 치료 중 이며

치료가 끝나면 함께 살 가족도 있다.

두려움인지 살수 있다는 희망 때문인지 너무나도 얌전히 엎드려 있는 녀석...천운인지, 구조하고 채 오분도 안되어 폭우가 쏟아졌다.

검진 결과 ...

앞다리 한쪽은 오래전에 누군가에 의해 부러진거고

나머지 한쪽은 몇시간 전에 교통사고로 부러진거고

엉덩이 쪽은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마구 학대 당했다고 한다....

인간은 참 잔인하다...

제발 싫으면 그냥 지나쳐라.

굳이 괴롭히고 상처주며 죄짓지 마라.

ㅡ 그날 기갈이 구조에 도움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현재 기갈이를 보호하고 계시는 김00님께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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