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신발

추억 씹어먹기

by 순정

강릉까지 3시간을 달려 면접을 보러 갔다

다시는 면접을 보지 않게 노라고 호언장담하였건만

사는 인생이 녹녹지 않으니 어쩔 수 없구나


면접이니 운동화가 아닌 좀 낡고 오래되었지만 신을만한 검은색 단화를 신고 갔다

보통 면접에서는 가나다 순으로 면접 순을 정하다 보니

보통 1번아님 2번

오랜만에 강릉을 갔으니 바다라도 보고 올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버스 시간을 체크하고 면접장소로 이동했다


네이버 길 찾기로 잘 찾아가나 싶더니 꼬불꼬불한 길에서 끝내 실패

태양이 어찌나 내려 찌던 지 면접 화장과 옷은 땀으로 범벅

손풍기를 돌려봐도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열심히 길 찾기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나에게 길을 물으셨다.

아뿔싸 저도 초행길이라....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길 찾기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사이

우리 두 사람을 안쓰럽게 보시던 식당 사장님이 나오셔서 길을 알려주셨다.

꼬불꼬불 길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 그리고 왼쪽 헐

우선 출발 다행히 할머님의 목적지와 나의 목적지가 바로 옆 건물이라 자연스럽게 동행하게 되었다


다시 네이버 길 찾기가 작동을 하고 알려주신 길 찾기와 시스템을 이용해 나의 목적지를 먼저 찾았다

면접까지는 아직도 1시간도 더 남았기에 할머님 목적지를 찾기 위해 다시 출발했다

초행길이라 알려주는 길 찾기로 다시 한번 빙 돌아 찾을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을 하시던 할머님 더웠지만 기분은 괜찮았다


나의 목적지를 향해 다시 되돌아가고 한 시간을 기다려 면접이 시작되었다

아차차 면접순서가 8번째다

접수 번호순으로 한다고 하네 아하 나의 접수 번호가 좀 많이 뒤였다.

내 뒤에 한 명만이 남아 있으니


막차는 탈 수 있겠으나, 산책이든 뭐든 기다림에 지쳐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땀에 젖었던 내가 에어컨을 3시간 이상 맞고 있다 보니 머리는 이미 멍한 상태였다


그러니 면접을 제대로 봤으리라 있나

면접이 끝나고 감으로 터미널로 향했다

역시 나의 감은 좋지 않으니 조금 돌아 험난하게 버스 출발 10분 전에 도착

안도의 한숨을 쉬고 버스를 예약하고 3시간을 달려야 하니 화장실도 갔다 편하게 버스에 안착했다


뭔가 허전함을 느낀 순간은 그때였다.

바닥의 느낌이 이상해 쳐다보니 신발 바닥이 떨어져 너덜너덜해졌다

다행인가 버스에 탄 후 알게 됐으니

그 후 떨어진 신발을 보면서 추억여행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갑자기 아빠 사업 실패로 인해 집안 사정이 어렵게 되었다

그때 신발 살 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있다 하더라도 말을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남색 운동화 바닥이 너덜너덜해져서 밑창이 분리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행히도 분리되지 않았고 그 당시에는 그게 창피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분리되지 않아 감사할 뿐이었다


엄마가 그걸 보시고 분리되기 전에 새 신을 사주셨다

새로 산 신발의 모양이나 색깔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밑창이 너덜너덜한 남색 운동화는 디자인도 색깔도 잊히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이 참으로 우습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3시간 동안 달리는 동안 추억 여행을 하면서 왔다


지금은 신발을 살 정도의 돈은 있으나 왜인지는 모르지만 신발 사는 것에 인색하다

2014년 겨울 러시아 여행 중에 눈이 많이 내려 운동화나 부츠를 신을 수가 없어서 워커를 샀다

세일 기간이기도 해서 그 가격으로는 한국에서 절대 살 수 없는 가격이었다

그 신발 역시 아직도 신발장에 있다 너무 오래 자주 신어서 그것 역시 낡음이 있으나

궂은 날씨에는 아직 신을만하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한다

생일 선물로 받은 돈으로 좋은 신발을 사야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면접에 떨여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애꿎은 신발 탓으로 돌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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