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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대드:경계선의 남자

罪梦者

by 순정

줄임말을 좋아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나름 외국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봉사를 하는 시절

이제는 줄임말 SNS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모르면 외계인 취급을 받는 듯하다

여전히 잘 모른다


이미 한 달 전 본 대만 넷플릭스 드라마

경계선의 남자

罪梦者 꿈을 꾸는 죄인(범인), 죄를 꿈꾸는 사람은 아니니....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악몽에 시달린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듯


청불 드라마이며, 짧은 호흡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8화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조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청불이라 피로 물들 듯하여

주저주저하였으나, 다행히 마지막 8화를 제외하면 굳이 청불인 이유는 없을 듯 싶다

마지막 8화에 영끌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슬기로운감빵생활 때문일까

감빵에서의 생활이 삭막하기보다는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무거운 소재의 드라마를 조금은 편하게 보여주고 있다


감빵에서의 탈출 씬은 장르를 코믹물로 바꿔도 될 만큼

주인공들이 귀엽기까지 하니 말이다.

넷플릭스 '경계선의 남자' 탈출 컷

탈출 컷 중 한 컷으로 비틀즈 앨범을 오마주 한 느낌마저 든다.


주인공은 며칠 전 다시 본 대만영화 영원한 사랑(청불)의 장효전张孝全(Zhaoxiaoquan)으로

잠자는 청춘, 여친남친, 타이페이의 1페이지(모두 영화제를 통해 본 영화) 까지에서의 그의 모습은

굵은 선을 가진 배우이면서도 부드러움도 함께 갖고 있었다.

(실제 영화제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좀.... 여러 편의 영화에서 만나 친근감 있게 생각한 나의 착각 그는 인기를 실감 못한 듯한다. 그날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지....)


조연으로 소개되는 요즘 상견니 드라마로 핫한 허광한 许光汉(Xuguanghan) 배우

주조연의 의미를 잘 모르겠으나, 분명 전체적인 스토리상 조연일 수가 없다

그로 인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며, 끝나기 때문이다.


누가 악역일까

누가 죄인일까

누가 책임져야 할까

혼돈의 길에 서게 만든다


드라마는 많은 여운을 남기면서 끝을 맺는다

마지막에 들려주는 중국 당나라 시대의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北靑蘿(북청라)는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있다


오랜만에 한시 한편 번역해 보았다


殘陽西入崦 茅屋訪孤僧

落葉人何在 寒云路几層

獨敲初夜磬 閑倚一枝藤

世界微塵里 吾寧愛與憎


지는 해가 서쪽 엄자산을 넘어갈 때 홀로 사는 스님이 머무르는 초가집을 찾아갔네

낙엽은 날리는데 스님은 어디에 있나 차가운 구름만 길 따라 층층이 쌓여있네

스님 홀로 이른 저녁 종을 치고 등나무 지팡이에 한가로이 몸을 의지하고 있네

속세란 한낱 티끌에 불과한 것을 내 어찌 사랑하고 미워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 구절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티끌세상 : 정신에 고통을 주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고통을 주는 어수선한 세상에서 애증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다 부질없다는 의미를 드라마는 이야기하고자 한다


표현의 방법은 다양하며 받아들이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시 구절이 드라마상에서 빠졌다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정확한 메시지를 주고 나니 나의 생각이 틀에 갇혀 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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