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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프로듀서가 므하는겨?

by 순정

김초희 각본 감독

2019년 작품

찬실이는 복도 많지

(진짜!! 진짜!!)


장르가 코미디인가

진심 오랜만에 빵 터졌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

찬실이가 나를 웃겼다 아니 웃긴 정도가 아니라 뒤로 넘어갔다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

(아 이러면 외국인들이 이해 못한다고 윤여정 배우가 그랬다)

스크립트!!

영화 프로듀서(PD)를 그만두어야 했던 시절

암울한 시절을 영화로 승화시킨 김초희 감독 멋있다!


감사하게도 나 역시 잠시지만 (영화) PD로 불린 적이 있다

여전히 함께 작업했던 분에게는 그렇게 불린다

정확하게 뭘 하는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다

영화가 좋아서...(캬아~~~)


이찬실

나이 마흔

전직 영화 프로듀서

현직 (친한 여배우) 가사도우미

남자 친구도 없고 집도 없고 거기에 돈도 없어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음 내가 생각해도 복이 많은 것 같아 사람이 있잖아 사람!! 복도 많아 찬실이는~)


무슨 일 해요?

영화 프로듀서입니다.

프로듀서가 뭐 하는 거예요?

음음음

영화 현장에서 불라 불라 불라~~~

나의 경험담이다.(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 지인들까지....)

저예산 장편영화 촬영인지라...

다 했다. 프로듀서가 해야 하는 예산관리, 보험, 장소 섭외, 택시, 버스 섭외, 저작권 관련 업무, 배우 관리

현장에서는 조명, 분장, 간식, 식사, 숙박, 미술팀, 보조출연, 소품 준비, 주변 상가분들의 불만 대처 등등등


즐거웠다. 재미있었다.

그럼 됐다


무슨 영화 좋아해요?

음칫!! 깜짝이야...

오즈 야스지로 감독 이야기가 나오다니

대학원 다니면서 오즈 야스지로 감독 필모 깨기를 했었지

1950년대 제작한 작품부터 시작해서(만춘 1949년 포함) 꽁치의 맛까지

나 좀 봐라 지금도 미소를 머금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 진다.


거기에 홍콩영화 이야기를 하는 순간 웃음 팡팡

중학교 시절 가유희사를 시작으로 장국영과 주성치에 홀릭..

(천년 유혼은 왕조현이고..)


거울을 보는 듯한 이야기에 부끄럽기보다

왜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다

순간 박장대소 하게 만든다


이 솔직하게 까발려진 모습에

나는 왜 웃고 있는 걸까

이유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재미있다


재미와 함께 충격 감동도 준다

갑자기 훅 들어온다

그래 맞다 기쁨도 갑자기 오듯

슬픔도 전조 없이 부지불식간에 오는 거지

미나리 순자 할머니는 행복한 할머니였네

아들 손자 며느리 아니 딸 손주 사위 다 있고

이름도 있으니

찬실이네 주인집 할머니는 이름도 없어 그냥 할머니야

딸을 먼저 앞세운 것도 서러운데 이름도 없어

엔딩 크레딧에 (그냥) 할머니 윤여정

찬실이는 복도 많지

장국영을 만난 것도 모자라 우주에서도 응원하겠다는 소리까지 듣다니


복장으로 보아 찬실이는 해피투게더의 장국영의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들었나 봐

하필 해피투게더라... 장국영은 대부분 하얀 메리야스와 정직하지만 좀 늘어난 사각 빤스 차임이어야 했다


나는 할머니의 미공개 아들인 줄 알았다

찬실이가 몸이 많이 허해지긴 했구나

몸이 허해지면 장국영을 만날 수 있는 건가?


스트레스를 받음 식욕이 폭발하는 나에게는

전혀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겠지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잠시 나와준다면

메리야스 차림 말고.....

찬실이는 복도 많지

편지를 써주는 아빠도 있고

아부지의 담백하면서도 솔직한 편지

지감독 영화 재미없다는 멘트(졸리다고 했나?)

이 부분도 울다 웃는 바람에

영화 다시 봐야 되겠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남자도 없고 집도 없고 돈도 없지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

부럽다 이찬실

복 많아 좋겠다 흥칫뿡

부러우면 지는 거라 했나


TMI 글을 다 쓰고 사진을 업로드하는 동안 알게 되었다. 내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 '에듀케이션'과 45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함께 오른 작품이라는 사실.

이 죽일 놈의 기억력!!

어쩜 2019년 2020년 가까운 과거는 과거로 취급도 하지 않는 나의 추억 씹어먹기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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