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영화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려고 하다가 실패
영화는 큰 화면으로 봐야 제맛이기에
오랫동안 전원이 뽑혀 있는 티브이 앞으로
하나, 둘, 셋, 넷......
티브이 주변에 자잘한 물건들이 줄을 서 있다
안 보이는 서랍 속으로 넣기 위해 서랍 문을 여는 순간
걸리적거리는 물건들을 발견
하나, 둘, 셋, 넷.......
망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나의 방안
샤워를 하고 시원하게 맥주를 홀짝 거리며 영화를 보면서
우아하게 열대야를 무시해보려고 했는데
서랍장 속 물건들을 멍 때리면서 보고 있노라니
없어도 되는 물건
몇 달 심지어 몇 년을 쳐다도 보지 않는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신박한 정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추억을 사진 속에 넣어두고 버리는 것이 싫었다
추억은 꺼내보고 손으로 느껴야 제맛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나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는 이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니
추억 속에 파묻혀 살면서 현실, 현재를 외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우선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은 한데 모아서 상자 속에 넣어두자
서랍 속에서 상자로 의미 없는 이동
내일 해결하는 걸로 해 보자
제발!!!
지금 나는 처음 계획대로 영화를 봐야겠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서 뜨거운(?) 영화를 볼 것이다
뜨거운 영화! 이열치열
화재 현장에서 활약하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