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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정 Oct 31. 2022

10월 31일

정교회는 새벽 5시부터 괴상한 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미쳐버리지 않는 현지인들이 존경스럽다

소리를 한바탕 지르고 나니 속이 시원함과 동시에 목이 아프다

준비운동을 제대로 하고 다시 한번 우렁차게 소리를 질러야겠다


호텔 사람들에게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는 소음에

나의 데시벨을 뽐내보려한다


숙소 가격이 기가 차고 코가 막힐 상황이다

한달 600달러로 집을 아니 방하나를 구할 수 없다

600달러면 지금 환율이면 80만원 족히 되는 금액인데 말이다


강남도 아니고 여긴 아프리카이다

아프리카에서 600달러짜리 집을 못 구한다고

현실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도저히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집세대란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600달러로 집을 아니 방 하나를 정말 말 그대로 대저택의 방구석 하나를

월세를 아니지 하숙을 할 수 없다


장작 무려 150달러를 더 내야 한다고 한다

750달러 거의 100만원 돈 아닌가

작은 3평 남짓 되는 방이 100만원

이곳이 뉴욕이란 말인가


문 밖만 나가면 거리에서 다보(빵)을 달라고 1Birr(100원도 안되는)를 달라고 

구걸하는 애어른들이 지천에 갈린 이곳


신발이 없어 짝짝으로(절대 패션이 아니다) 신고 다니는 사람들

신발닦기가 20Birr를 받는 이 상황에서 50birr가 1달러 천원이란 말이다. 


분나(전통커피)가 10birr이 이곳

매장에 호텔에 가도 100birr(2천원)면 아이스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이곳

호텔 스탠다드 원룸이 하루 70달러가 말이 되는 것일까


지금 같은 혼돈의 카오스의 순간에는 생활비를 줄이더라도 

1000달러짜리 방으로 가야하는 것인가

매번 나 자신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달에 200달러 충분히 살 수 있다

은꾸랄(달걀) 삶아 먹으면서 일부러 다이어트도 하는데

못할 것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달러를 내고 살아야 하는게 맞는 건지

이 굉성을 매일 새벽 5시부터 9시까지 듣고 매일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들어야 하는건지

참고 살지 말자 버티지 말자라고 강하게 외쳤던 나는

이미 참고 버티고 견디기를 두달째 하고 있다


650달러 방구석에서 버티고 버티고 있는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하나

도통 위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디 남은 2달 동안 어떻게 살지 곰곰히 고민해보자

에티오피아도 가을에 문턱에 접어들어 춥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650불 방구석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고 가끔 단수와 정전이 된다


행복하자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눈이 아프고 원형탈모와 잦은 화장실을 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고

내 몸둥이 하나 비빌 공간이 있음에 행복하고

먹을 수 있는 돈과 전기장판에 감사하자


버틸 수 있는 정신과 체력에 감사하자

참을 수 있는 인내심에 고마워하자

걸을 수 있는 다리와 글을 쓸 수 있는 신체와 정신에 감사하자


이 글을 올릴지 말지 고민하는 지금 이순간에 감사하자

나의 고달픈 귀에 미안해 하자

면역력 저하로 탈모가 일어나고 있는 나의 머리에 미안해하자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미안한 오늘

도서관 공사 현장으로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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