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역마살은 나를 중앙아시아 한복판으로 데려놓았다.
해외봉사단원으로 2년간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파견 전 2달간의 교육기관동안은 나에게 너무나 친숙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시작되었다.
기숙사, 지겨울 수도 있지만 익숙함에 적응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언제나 나에게 집은 쉬는 공간이자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익숙하기에 타국이 낯설지 않아 좋았다.
서로 다른 취향의 사람과 익숙해질 무렵 다양한 사건으로 기숙사를 나가게 되었다.
나의 역마살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첫 역마살은 눈이 왔다.
허름한 기숙사를 나와서 호텔로 이사를 했다.
행운의 역마살이었다.
남은 한 달 동안 호텔에서 편하게 나름 불편하게 생활을 하였다.
교육이 끝났다.
고로, 나만을 위한 '집'을 만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혼자만의 공간으로 모두가 집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간다.
집을 만났다.
2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났다.
추위를 싫어한 나에게 필요충분조건 있었다.
역마살, 작별을 고할 시간이 오다.
나만의 공간에서 일과 무방한 오롯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집이 생겼다.
방 2개. 작은 주방. 마루. 화장실과 욕실 그리고 베란다까지 환상적인 공간이다.
따뜻한 난방으로 몸도 마음도 가벼울 수 있는 나만의 집이다.
환상은 깨져야 한다.
순리이자 진리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았다.
하루도 채 지나기 전 난 현실로 돌아왔다.
한밤 중 들려오는 괴음
혼자, 들떠서 늦게 잠이 든 난 주방에서 들리는 괴음으로 혼미 백산 잠에서 깨었다.
다행이었다. 싱크대 배수구가 역류한 것이었다.
이미 3개월 집세를 지불한 상태였다.
아니, 집세가 문제가 아니었다.
역마살을 잠재우고 싶었다.
더 이상 역마살로 방랑자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참는 거다. 참을 것이다. 그날 밤, 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비록 세탁기가 없어서 손빨래를 해야 했지만,
(하루가 지나서야 세탁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짧은 러시아어와 우즈베크어로 손짓 발짓하며 주인에게 세탁기 여부를 물었다.
여주인은 너무나 당연하듯이 있다고 했다.-있었다. 탈수기, 반자동 탈수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집에는 넓은 베란다와 남향으로 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있었다.
나의 집은 나에게 뽀송뽀송함을 선사해주었다.
만족했다. 99% 만족했다.
식구, 가족이 생겼다.
나의 가족 '세리'를 소개합니다.
이제 진짜 집이 생겼다. 가족도 생겼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오는 길은 미소를 머금게 했다.
역마살 너도 별거 없구나!
역마살을 비웃었다.
나에게 복수를 시작하고 있었다.
정확히 5개월 후 난 역마살을 등에 업고 말았다.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부족함은 괜찮았다.
존재함이 부실해짐에 화가 났다.
역마살 이놈이 나의 귀를 간지럼 폈다.
나는 역마살에게 지고 말았다.
분했지만 이미 나는 움직이고 있었다.
두 번째 나의 집은 작고 깨끗했다.
세탁기도 전자레인지도 냉장고도 있었지만, 바람이 오고 가는 베란다와 긴 햇살은 없었다.
종종, 가끔 우즈베키스탄, 나의 첫 번째 집이 그리웠다.
따뜻한 햇살, 바람소리 그리고 공기가 그리웠다.
지금 이 순간도 그립다.
후회하는 나를 벌하듯 역마살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6개월을 채 채우지 못하고 역마살이 나를 밀어내고 있었다.
세리도 떠났다.
이제 더 멀고 작은 곳으로 나를 몰아버렸다.
체념, 항복
항복했다.
체념했다.
역마살에게 항복했고, 움직임을 받아들이며 체념했다.
마음은 편했다.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면서, 가방을 온전히 풀지 않았다.
필요한 물건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면 된다.
넓고 편안한 집
나에게는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잠을 자고 잠을 청하면서 언제든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에게는 진정한 '집'이었다.
내가 머무는 공간만이 살아있는 집이다.
주방에 불이 켜지면, 두 개의 방은 죽은 공간이다.
방에 불이 켜지면, 다른 공간은 불이 꺼진다.
내가 있는 공간만이 숨을 쉬면 살아있는 집이다.
2년 1개월 8번의 역마살을 겪은 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 중국,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길고 긴 여정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간헐적 '노마드 족'이다.
인정과 동시에 나는 짐을 꾸려 낙타 등에 올라 있다.
역마살 잘 따라오고 있지?
이제는 내가 널 데리고 가려한다.
잘 따라오길 바란다.
안녕, 역마살
안녕,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