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로선도
몇 해전 임진각에 친구와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대변되는 아이콘이 초등학생 때 보던 모습 그대로 여전히 그 자리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18~19세기의 기차를 대변하는 기차의 모습은 레트로의 매력을 뽐내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에 아픔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림 01] 모습의 증기기관차를 우리는 기차(汽車, Train)라고 부른다. 기차는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의 아이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기차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작은 땅덩이에서 효율적이게 움직이고 바쁘게 살아가기 때문에 현대식인 디젤형으로 교체했기 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서는 관광용으로 개조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우나라에서도 이러한 증기기관차 계열의 기차를 90년대 교외선인 관광열차에 연결하기 위해 중국에서 석유를 이용하는 증기기관차를 도입한 적이 있긴 한데 비싸게 사놓고 수색 기지에서 입환용으로 쓰다가 정태 보존 중이라고 한다.
철마를 뒤로 하고 다른 지역들을 방문해보며 어릴 적과 달라진 지역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곳들이 존재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남은 지역은 코레일이 다니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개성공단으로 가는 지하철 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친구들에게 나 평양 다녀온다는 거짓말을 했는데 합성이 아닌지 묻거나 어디냐고 놀라는 친구들이 많았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코레일을 타면 서울에서 평양 방면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상상이었다. 평양에도 지하철이 있겠지만 어떠한 모습이고 과연 제대로 움직이는 할까? 개성 공단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탑승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과 함께 평양의 지하철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었다.
평양의 지하철에 대한 조사에서 재미있는 자료를 생각보다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첫째로 얼마 전 미국의 전문매체 잘롭닉(Jalopink)에서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지하철 시스템을 갖춘 국가 10개국에서 평양의 지하철은 당당히 9위를 하고 있었다. 내용은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세계 어느 지하철보다 깊은 곳(약 110m)에 위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로 몇 년 전에 드라마 '더 킹 투하츠'에서는 하지원이 북한 여장교로 나왔다. 당시에 북한의 평양에서 지하철을 타는 장면을 통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내셔널지오그래피의 다큐멘터리 영상인 홀리데이 인 평양(Holiday in Pyongynag)을 통해서도 확인할 있었다.
이러한 정보에 더더욱이 평양 지하철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그렇게 찾아보게 된 것은 평양 지하철 노선도이다. 노선도의 디자인을 리서치하는 도중 '제로 퍼제로(zero per zero)의 지하철 노선도를 찾아보았다. 심미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형태를 왜곡하였지만 그 정보를 쉽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지하철 노선도의 인포 그래피(info-graphy)는 선의의 거짓말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인이다. 어디서 갈아타고 내려야 하는지 빠르게 정보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왜곡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노선도는 전기회로도에서 영감을 얻어 런던의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를 개선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형태로 제작을 했지만 과거에는 인정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노선도가 널리 퍼져 사용되고 있다. 실제 역 간의 간격이나 위치를 왜곡하며 실제로 다니는 길과 마우 다르게 표현한다. 이는 지하철 노선도를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환승과 나가기 위한 정보로만 사용되며,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왜곡이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로 퍼 제로와 같이 심미적으로 아름답게 왜곡을 하며 정보 전달은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고, 여행을 다닐 때 사용 가능한 디자인으로 접근하기로 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평양의 노선도를 만드는 디자인이었다. 여행을 가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것은 그 도시의 지하철 노선도를 통해 이동 동선을 짜기 때문에 노선도 디자인은 친숙하기 때문이다. 평양의 노선도를 리서치를 하던 중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노선도가 하나 있다. 이는 '카카 키지 모토히코'라는 전차 마니아(오타쿠)인 일본인이 재작 했다는 노선도이다.
평양의 지하철도 중심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게 국가 시설이 기반이 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서울 방면으로 향하는 노선도의 형태를 보면서 흥미롭기도 했다. 그리고 왜 한국인들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이런 노선도를 만들었을까 하는 점이 안타까웠다.
언젠가 통일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평양의 지하철 노선을 타고 이동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조금 심미적으로도 아름답고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디자인을 하고자 했다.
지하철 노선도 제작을 하기 위해서 다음으로 평양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확인했다. 여행에서는 유명 지역의 랜드마크를 확인하고 방문하려 하기 때문에 지하철 노선도에 이를 표현하면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평양의 경우는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를 선전할 수 있게 도시를 기획하였다.
사회주의 패러다임을 전제로 하는 만큼 대중의 선동과 집회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어디서든 확인 가능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위한 형태의 고층 건물과 동상, 기념비를 많이 만든 점을 착안하여 랜드마크의 아이콘으로 표현하였다.
이렇게 제작한 디자인은 아래와 같이 나왔다. 북한의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별 모양 안은 평양의 지역을 상징한다. 따라서 평양의 지역이 아닌 지하철 역은 별 밖에 배치하고자 했다. 둘째로 원형 안을 중심으로 신의주, 베이징, 블라디보스토크, 서울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연결하였다. 랜드마크는 지하철 역에서 가까운 곳에 배치를 하여 실질적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쉽게 이동 가능한 형태로 배치하였다.
컬러는 너무 촌스럽지 않은 컬러를 배경색으로 활용하였다. 하지만 채도는 낮기 때문에 지하철 노선도의 라인 컬러가 눈에 띌 수 있게 사용하였다. 이렇게 제작된 맵은 패키지와 함께 세트로 디자인으로 연결하였다.
프로토 타입으로 제작해본 지하철 노선도는 쓸만한 사이즈로 제작되었다. 다양한 디자인 서재를 통해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적인 컬러와 폰트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디자인과는 다른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전했다.
하나의 민족이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지 70년이 넘었다. 70년의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디자인의 방향이 생겼을 것이다. 미국도 동부와 서부의 콘텐츠는 분명히 다른 느낌일 것이다. 독일도 동독과 서독이 갈라져 지내면서 서로 다른 콘텐츠 경험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남과 북은 같지만 같지 않은 느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양 지하철 노선도 디자인 프로젝트는 인터넷 기사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드라마를 보고 호기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하루아침에 꽂힌 생각으로 일주일 동안 급하게 만들어본 디자인 작업이었다. 그래서 완성도 측면이나 조사할 내용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행 연구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재미있는 시도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역사와 문화 콘텐츠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한국만의 소재가 될 것이다. 이렇듯 북한의 다양한 소재들은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의 소재로서 흥미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는 현대 사회까지 냉전체제가 유지되어 있는 우리나라만의 콘텐츠 소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