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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Nov 08. 2015

주말의 영감 #1

추억과 함께했던, 타케히코 이노우에

1992년, 옆 집에서 살던 입시생 형은 입시를 위해서 만화책을 버렸고 나는 그걸 호기심에 보게 되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처럼 만화의 치명적 매력에 빠졌고, 나는 그렇게 디자인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 만화는 청춘들의  마음속 고향, 슬램덩크였다.


초등학교 입학 전 보기 시작한 만화는 초등학교 시절이 끝나갈 무렵 완결이 났고, 이 만화는 전국에 농구 열풍을 이끌었다. 지금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 드래곤볼과 함께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만화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찾아 보기도 할 만큼 높은 완성도와 재미가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만화 하고 다르게 캐릭터 하나하나의 장점도 살아있어 더 몰입한 것 같다. 특히나 북산 외 다른 학교의 선수들 중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가 많았기에 친구들끼리 별명으로 지어주기도 했다.


97년에 슬램덩크가 끝나고, SBS에서는 98년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이 방영하기 시작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이 당시 온라인을 통해 버저비터를 연재했다.



지금이야 웹툰이 당연한 시대지만, 당시에는 천리안, 유니텔 그리고 나우누리를 통해 인터넷 접속하여 찾아 볼 수 있던 시대였기에, 이노우에의 웹을 통한 연재의 시도는 매우 신기했다.


그리고 중학교를 올라가니 배가본드와 리얼이 연재되기 시작했다. 배가본드의 어마 무시한 표현력과 그의 작풍에는 압도되었다. 특히나 작중 주인공인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의 라이벌인 사사키 코지로(貞樹小次郎)의 등장부터는 수묵화를 통한 시도는 가히 충격이었다.


호기심에 'Draw'라는 타이틀의 DVD를 구매하여, 작업 과정을 보게 되었다. 그의 수묵화 기법으로 만화를 그리는 시도는 이전과 달리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Takehiko Inoue의 Draw 한 장면

피카소는 '삶의 의미란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재능을 찾는 것이고, 삶의 목적이란 그 재능을 널리 나누는 것이다.(The meaning of life is to find your gift. The purpose of life is to give it away.)' 말을 남겼다.


적어도 내게는 한 명의 만화가가 아니라, 실험을 반복하여 독자와 소통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러한 다양한 방면에서 그가 했던 실험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첫 째는 전시 활동이다. 배가본드의 마지막이라는 장면을 '최후의 만화전(最後の漫画展)'과,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의 건축 기행을 하며 쓴 글과 그림을 전시한 '가우디전(ガウディ展)'은 그의 대표적인 전시다.



여러 장소를 돌아가며 전시를 했던 최후의 만화전 전시는 수묵화에 특화된 종이를 주문하여 캔버스로 만들고 그림을 그려나간 전시다. 만화가 하나의 예술로서 보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또 다른 전시는 최근 했었던 가우디전 이었다. 이 전시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의 대표적 건축물인 파밀리아 성당과 여러 건축물, 그리고 그가 살아왔던 터전을 돌면서, 그가 보고 느낀 자연과 건축, 사물 등을 그려나가는 프로젝트다.



이 내용에 관련한 서적과 잡지는 많은데, 국내에 번역된 책은 한 권이 있다. 내용은 단순하다. 장인이 장인을 만났을 때 반응과 같은 내용이다. 이 '페피타'(Pepita)로 명명된 프로젝트는 3권을 책과 함께 전시로 이어졌고, 운이 좋게 이 전시는 일본에서 볼 수 있었다.


가우디 전은 최후의 만화전과 마찬가지로 수묵화 종이 위 그가 가우디의 삶을 그린 내용이다. 이와 함께 가우디의 건축 도안, 가구 등이 함께 배치되어 마치 콜라보레이션과 같은 느낌으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두 째는 다양한 재료를 통한 도전들이다.


2009년 10월 늦은 밤,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어느 작업실에 들어가게 된다. 도쿄 현대 미술관에서 '도쿄 문화 발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거기에 작업공간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처음 영상을 보고는 배가본드의 미야모토 무사시를 그리는 것과 같은데, 그 스케일이  7미터가량의 영역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Gashu and Me'(ガシュウ と僕)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가슈는 '아집'을 의미한다는데, 불교의 사상에서 사물의 안에 영원히 존재하는 실체가 있다는 사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불교관련 그림을 그리는 시도는 자주 이루어지는데, 다음으로 소개하는건 '신란'의 일대기를 그린 그림이다. 평범한 중생들도 염불을 서원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 설파하며 민중 불교의 선풍을 일으켰던 일본의 '신란'(1173~1263)의 7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교토의 '히가시혼간지' 절에서 이노우에 다케히코에 의뢰한 작업이다.


이러한 종교의 의뢰는 당대 최고의 화가에게 의뢰가 된다고 하는데,  한 명의 만화가가 이로서 당대 최고의 명인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었다. 이 작업은 병풍으로 작업되어 헌납되었고, 관련 그림의 상품을 구매 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이벤트와 같은 그림들이다. 앞선 수묵화와 같은 시도 외의 디자인이다. 그 중 대표적 프로젝트는 슬램덩크의 '10 days After'프로젝트다. 이는 폐교의 칠판에 마지막 경기가 끝이고 주인공의 재활 장면이 나오는 사이 시간동안 슬램덩크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젝트다.




이 후에도 슬램덩크 1억부 판매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자비를 털어서 신문사 마다 캐릭터들과 메세지들 나눠서 광고 하기도 했다.



최근 연재작인 배가본드의 경우은, 뉴욕의 한 서점 벽면에 그림를 그려 넣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들인 칠판, 신문지, 건물 벽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었다.



네 번째는 패션을 통한 콜라보다. 처음 보았던 작업은 UNO 왁스 광고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에서 헤어 스타일의 변화를 표현하는 CM 광고였다.



그리고 최근 가장 핫 했었던 나이키의 에어 조던과 플라이 니트와 콜라보를 한 신발이다. 패키지와 신발 위에 슬램덩크의 장면을 프린팅 함으로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었는데, 이 신발은 나오자마자 완판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성공에 바탕은 아무리도 그 이전에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을 했던 신발 덕분이 아닌가 한다. 작가 자신의 캐릭터를 넣어서 만든 이 농구화가 사실은 이노우에 타케히코와 나이키의 첫 콜라보였기 때문이다.


타케히코 이노우에 현재의 모습

이러한 그의 활동은 한중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동양화를

통한 만화 작화에 대해서 NHK에서 프로페셔널 다큐와 CNN에서도 촬영을 했고 뉴스에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실험과 도전은 더 이상 만화가로서 남는 모습이 아닌,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인정 받는데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CNN 타큐멘터리

이 이야기는 한 명의 매니아가 라기보다는 오덕의 이야기다. 20년도 전에 처음 접한 슬램덩크로 시작해 만화를 그리게 되었고, 그런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었기 때문이다.


20대가 되었을 때도 그의 수묵화를 통한 시도에 반해서 한국적인 디자인을 찾고자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처럼 의미있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모아왔던 컬렉션의 일부

디자이너란 상업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 했다. 항상 이상과 이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그의 시도와 작업에 빠져서 20년 넘는 팬으로 있는 것 같다.


디자이너로 그림 하나 만큼은 장인이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학생시절 캐릭커쳐로 나마 누군가에게 흥미를 주는 일을 할 수 있어서... 7살 어린 날 처음 본 만화인 슬램덩크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럭키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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