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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Sep 09. 2018

잡문 #18

북한 디자인과 레트로 디자인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 시대 디자인 양식은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디지털로 모든 것이 간소화되고 쉬워지는 사회에 지쳤기 때문에, 손이 조금 더 가더라도 직접 체험해보고, 투박하지만 손 맛난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복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과거 회상과 양식을 의미하는 ‘복고풍’ 용어는 패션을 넘어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디자인 영역에 반영되기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을 현대 사회에서 되살리는 복고주의 디자인 전략을 ‘레트로(retro)’라고 부른다.


레트로가 디자인의 전략으로서 활성화된 이유는 현대 사회에 지친 사람들에게 과거의 양식을 통해 정신적 상실감과 감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며, 기성세대와 현대 세대를 이어주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레트로 디자인은 과거의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양식과 감성을 바탕으로 현대 시대에 맞게 리디자인(Re-design)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레트로 디자인의 영향으로 복고풍을 보여주는 다양한 디자인 사례 중  서체를 집중하겠다. 2011년에 방영된 복고풍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낭만을 부탁해'에서는 레트로를 표현하기 위해 특이한 서체를 사용했다. 이는 궁서체보다는 화려하고 손 맛이 나는 붓글씨 서체 같았다

이 서체는 옥류체는 북한의 노동신문과 같은 매체에서 사용 중인 '옥류체(玉流體)'다. 이 서체는 남북의 폰트 디자인 교류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한다. 옥류체를 사용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디지털 시대의 피로감에서 탈출해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로서 사용했다고 한다. 즉, 참신한 디자인을 연출하기 위해서 북한의 서체인 줄 모르고 사용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최근 2018년에는 서울에 북한의 슈퍼마켓이 등장했다.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팝업스토어 '평양 슈퍼 마케트'는 브랜딩 전문가가 통일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로 준비한 전시 겸 팝업 매장이다.


이 매장의 대표는 매장과 상품 이름에서 볼 수 있는 평양이 좀 위험하지 않을까 했지만, 평양냉면도 그렇고 우리에게는 친숙한 분위기를 이끌기 때문에 다른 각도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 북한에 대한 이야기와 디자인을 표현하는 걱정은 현대 사회에서 옛날의 사고방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복고풍의 열풍과 북한의 디자인이 국내에서 큰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상황을 바탕으로, 북한의 디자인이 한국의 레트로 디자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는 북한의 디자인이 한국의 과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한 민족으로서 북한의 디자인은 한국의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앞서 레트로 디자인을 살펴보자. 레트로 디자인의 역사를 보면 인간의 본연에 내재되어 있는 감성이 심리적인 가치를 부흥하고자 열망이 일어났다. 이러한 레트로의 의미를 다양한 용어로 풀이될 수 있는바 ‘복고풍’, ‘원점회기’, ‘과거지향’, ‘회고’, ‘과거로의 환원’ 등의 의미로 나타낼 수 있고, 이러한 경향은 과거 양식과 과거의 취향에 대해서 향수를 느껴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일종의 복고주의적 경향을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유행하던 양식이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과거의 향수적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탄생하는 것을 레트로 디자인으로 부르게 되는 것이다.


Design report에 따르면 레트로 디자인은 과거의 스타일을 차용하여 현대적 디자인 언어로 재창조하는 현상은 디자인에 있어 사고의 자유로운 교환과 절충주의적(Eclecticism)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사조로서 거대한 물질문명의 사회에서 친숙한 과거의 감성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는 분야로 정의했다.


이러한 레트로 디자인의 문화적 현상에 따라 국내에서도 1960~1980년 시대 감성을 바탕으로 한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다. 서체 디자인을 개발하는 ‘산돌 커뮤니케이션’의 경우 1970 ~1980년대의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의 격동기 시대상황을 바탕으로 ‘격동체’ 서체를 개발하였다.


또한 ‘우아한 형제‘는 자사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의 기업 전용서체로서 1960~1970년대 한국의 간판을 모티브로 한 서체를 개발하였다. 또한 ’ 산돌티움‘은 1970~1990년대 한국 교과서에서 볼 수 있던 친근한 그림을 바탕으로 SNS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인 ‘바른생활’ 시리즈를 개발했다.


또한 CGV에서는 만우절 마케팅으로 개봉하고 있는 모든 영화의 포스터를 1970~1980년대 스타일로 수정하여 배포하였다. 이러한 스타일은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즐거운 이벤트이자, 과거를 떠올릴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 잡는 디자인이자 마케팅의 요소로도 긍정적인 경험을 형성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이야기는 북한의 디자인과 한국의 레트로 디자인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한다. 북한의 디자인은 북한 헌법 제3장 문화 항목 41조와 52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장한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 근로자들을 위하여
복무하는 참다운 인민적이며
혁명적인 문화를 건설한다.
국가는 사회주의적 민족문화 건설에서 제국주의의 문화적 침투와
복고주의적 경향을 반대하며 민족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사회주의 현실에 맞게
계승하여 발전시킨다 (41조)

국가는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담아 주체적이며
혁명적인 문화예술을 발전시킨다 (52조)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보면, 북한의 디자인은 시장자본주의와는 목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디자인은 사회주의 현실에 맞아야 하며, 민족적인 내용을 담는 목적으로 제작이 된다.

그렇게 때문에 다양한 개성보다 가독성이 높고, 체제 선전에 유리한 두꺼운 서체를 활용하며, 사진과 그림의 사용 빈도를 높이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북한 디자인의 분야별 특징은 이렇다.


평화문제연구소의 인터뷰에 따르면 북한의 디자인은 기업이나 소비자의 요구에 의한 것과 달리 국가 주도에 따른 체제 유지에 적극 활용되는 ‘국가를 위한 디자인’이 발전하며,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적합하며, 당의 지침이나 지도자의 취향에 따른 결과물이 탄생했다고 전한다.


동아일보의 인터뷰에서 최범 디자인 평론가는 색상 배합은 환한 분홍과 빨강을 기반으로 초록, 파랑, 노랑을 곁들여 사용한 북한의 디자인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단조롭고 소박하며 사회주의적 감성을 드러낸다 평가했다.

또한 같은 기사의 박승호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북한이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조선의 전통적 색감과 형태미, 혁명적 형식미를 느리게 발전시킨 것 같기 때문에 인쇄기술은 낙후됐으며, 컴퓨터 없이 손으로 그린 거친 사실주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평가하였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바탕으로 제작된 북한의 디자인은 한국의 1970~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니콜라스 보너(N. Bonber)의 북한 그래픽 디자인 자료집에서 북한 디자인에서 이를 확인하면 아래와 같다.




21세기에서 문화요소는 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고유한 문화를 토대로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에 따라 디자인 또한 문화요소를 상품화하는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반세기에 가까운 분단으로 남북한의 문화에는 이질감이 있지만, 같은 언어와 말을 쓰는 동일 민족으로서 남북한의 문화에는 동질감이 존재한다. 따라서 남북한의 디자인 문화 교류에 있어서 정치색이 배제된 포스터, 일러스트레이션, 지역 문화 및 특산 브랜드 개발, 서체 개발을 발전 가능한 분야로 예측할 수 있다.


세계화가 진행되며 각 나라만의 레트로 디자인은 비슷한 듯 다른 요소로서 발전하고 있다. 상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문화 교류에 밑거름이 되는 첫걸음이 디자인에서 이뤄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남북한의 분단으로 정의되는 역사적인 요소와 동일한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동질감을 바탕으로 한반도만의 문화요소가 탄생을 기대해보자.



참고자료



김선미. 디자인 in 북한 여전히 과거형 기사

남미경. 감성과 신기술 결합에 의한 뉴 레트로 디자인 연구, 2018

박암종. 북한 디자인의 특성과 남북한 디자인 교류에 대한 연구, 2004

박암종. 북한 디자인의 이론적 배경과 특성에 관한 연구, 2014

신동협, 터블 오디오 기기에 나타난 레트로 디자인 특성에 관한 연구, 2014

이명기. 레트로 디자인 동향 고찰, 2000

Design report, 1999

중앙일보 기사 (https://news.joins.com/article/2276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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