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순규 Apr 16. 2017

잡문 #07

전통 공예품과 현대 디자인의 만남

서로 상반되는 개념 혹은 사물이 모순이나 대립, 혹은 부정을 기반으로 고차원적인 통일과 발전을 하는 개념을 아우프헤벤[Aufheben]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이러한 법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가까이 우리 주머니 속에 있는 스마트폰을 찾아보자.


스마트폰은 20세기와 21세기를 구분 짓는 대표적인 사물입니다. 이 스마트폰은 현대 사회에서 디지털 혁신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스마트 폰 속에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든 아날로그의 경험들이 숨어 있기도 다.


스티브 잡스는 사물의 형태 그대로를 디지털에서 더욱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을 디자인의 중심으로 삼았다. 또한 삼성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보면 노트를 작성하는데 필수적인 사물인 '펜'을 스마트폰과 결합시켜 아날로그 경험과 감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림1-1] 스큐어모피즘을 기반으로 표현한 iOS7


[그림1-2] 노트에 작성하는 아날로그 경험을 스마트폰으로 옮긴 '갤럭시 노트'


이렇듯 상반된 두 개념이 만나 생각하지 못한 형태가 되는 것은 우리에게 소소한 즐거움과 다양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어령 선생은 저서 '디지로그(한국인이 이끄는 첨단정보사회 그 인간적인 미래를 읽는 키워드, 선언 편)'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상반된 개념의 융합된 '디지로그'의 길으로 정의하며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디지로그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다. 때로는 이처럼 과거와 현재가 만나 고차적인 발전을 동반해 나아갈 방향을 찾아낼 수도 있다. 이런 과거와 현재의 만남은 전통문화의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도 전통문화는 오랜 역사 기간 속에서 발전과 변화를 통해 과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장인을 존중하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문화를 통해 이러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 주변에서 친근하게 경험하고 있는 공예품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일본의 전통 공방은 과거의 재조 방식을 이어가기 위해 대대손손 장인을 키워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 방식으로 살아남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과거의 전통 기법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 기술력을 받아들여 대중적이고 실용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공방 중 '1616 아리타'와 '가리모쿠 스탠다드'를 보고자 다.




'1616 아리타'는 1616년에 조선 출신의 자기장 ‘이삼평’에 의해 일본에서 최초로 도자기가 만들어진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리타 지역에서 과거의 전통을 답습하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디자인을 시도하는 도자기 시리즈를 만드는 공방으로, 현대식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전통을 재해석하여 생산하는 도자 공예품의 브랜드다.


가리모쿠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목재상의 가업을 ‘카토 쇼우헤이’가 1941년 11월에 아이치현 가리야시에 ‘가리야 목공 유한회사’를 차리며 시작됩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리모쿠 목공소는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목공품을 생산다. 이 라인업 중 ‘가리모쿠 뉴 스탠다드’는 창업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리모쿠가 전통적 생산 방식에 현대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2009년에 시작한 브랜드다.


[그림2-1] 아리타 공방에서 생산되는 현대 도자기


[그림2-2] 가리모쿠 공방의 목공품

이 일본의 두 공방은 일본인 디자인 디렉터 ‘야나기하라(照弘)’로부터 ‘디자인하는 상황을 디자인한다’는 명목 하에 ‘1616 아리타’와 ‘가리모쿠 뉴 스탠다드’를 통해 전통과 현대식 디자인을 조합하는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현대 디자인 스튜디오 중 '스홀텐 앤 바이잉스(Scholten & Baijings)'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다.


이들은 '더치 디자인' 스타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두 부부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들은 산업 디자인과 제조의 실용적인 관심사에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전통 방식의 '가구'와 '가정용품'에 대해 포스트 모더니즘에 기반한 수공예를 강조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 작업에 건설적인 사고를 강조하여 일하는 '아뜨리에'방식을 지향다. 그들은 기존에 정해진 색이 아닌, 세상에 없는 컬러를 만들고, 컬러들의 조합과 그리드를 조합하여 과거의 사물을 현대적인 모델로 디자인하고 있다.


[그림3-1] 스홀텐 앤 바이잉스
[그림 3-2] 스홀텐 앤 바이잉스 결과물

'스홀텐 앤 바이잉스'는 1616 아리타와 만나, 기존의 아리타 야끼(그림 2-1)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제품으로 재해석했다. 이들은 아리타 도자의 특유의 비범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공예품을 재해석했었다.


아리타 도자기에 대한 광범위한 리서치와 분석을 통해 ‘컬러 포슬린’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도자기라는 하나의 큰 범주 안에서 재해석된 이 라인은 일본의 전통색이 지닌 은은하고 오묘한 색을 현대적이고 기능성이 뛰어난 그릇에 담아 ‘일상에서 만나는 현대적 사물’로 탄생시켰다.


또한 가리모쿠 스탠다드를 통해 과거의 전통 방식과 현대의 조합을 통해 혁신성이 넘치며, 즐거우면서 기능적인 아이템을 통하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과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그림 4] 1616 아리타 S&B 시리즈 (위) 리모쿠 스탠다드 S&B 시리즈 (아래)

이렇게 전통공예의 현대화된 '재팬 크리에이티브'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대의 미묘한 어긋남이 만나 생각하지 못한 재미의 경험이 탄생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재미있던 점은 '아리타'의 뿌리는 일본이 아닌 것이다.


임진왜란 시기에 일본으로 끌려간 장인 '이삼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616년 도자 공방이 탄생한 이후 조선식, 중국식, 염색, 백자, 청자 등 다양한 기법을 후세에 남겼고, 300년이 흘러가는 시간 동안 일본만의 개성을 더해가며 고유한 특생을 지닌 도자 문화를 탄생시켰다. 현재 일본의 많은 명품 도자기의 뿌리는 조선이었고, 우리는 임진왜란 이후 어떤 장인을 양성했는가에 대해 물음이 생다.


일본 가라쓰 도자 13대 장인 '또칠'은 조선에서 건너온 후예로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 도자기 하는 사람으로서 인간문화재가 있습니까?

본인 스스로 인간문화재를 자처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지만, 같은 도예인은 물론 정부도 지정을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청자를 보면 유약이 엉망이에요. 계산으로 함량을 재선 안됩니다. 마음가짐이 문제예요.

한국 스타일은 교토 스타일입니다. 교토 스타일은 조선 스타일이 아닙니다. 왜색 넘치는 게 바로 한국 도자기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외국에 팔기 위해서 외국 것을 모방해 봤자 이미 늦었습니다. 한국의 것을 만들어야 해요. 나는 한국에 지금 전승된 것은 김칫독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한국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세계적인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 등 현대 사물을 디자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물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어릴 적 어르신들로부터 자주 듣던 이야기다. 이렇듯 우리만의 전통문화를 재발견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은 아닐까?


재팬 크리에이티브를 보며 전통 공예와 현대적 감성의 조합을 통해 전통문화가 가야 할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발전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박윤하 디자이너 공저


참조문헌

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7대 조선 가마 (조용준)

한중일의 미의식 (지상현)

효게모노 (야마다 요시히로)


참조사이트

http://www.1616arita.jp/

http://mnbmagazine.joins.com/magazine/Narticle.asp?magazine=206&articleId=S23S6ESX87NLON

http://mmmg.net/brands-2/karimoku/ 

http://mmmg.net/brands-2/karimoku/karimoku-new-standard/

https://www.nest.co.uk/browse/designer/scholten-and-baijings

http://www.karimoku-newstandard.jp/en/scholten-baijings/

https://www.iconeye.com/design/features/item/9830-scholten-baijings-masters-of-colour

https://www.nytimes.com/2015/08/21/t-magazine/scholten-baijings-design-home.html?_r=0


이미지 참조

Google image

매거진의 이전글 잡문 #0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