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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Jul 16. 2017

주말의 영감 #4

종이의 마술사, 제이콥 하시모토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생산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편리함은 손으로 만들며 하나하나 배워가는 고생이란 경험을 잃게 만들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기술 발전으로 고생을 통해 익힌 그들의 일의 숙련도와 경험은 하루아침에 무의미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 변화 속, 자신만의 경험과 영감을 통해 창조해나가는 예술계의 핸드 메이드 가치는 때로는 빛이 나기도 한다.


이러한 핸드 메이드의 가치에 빛을 만들기 위해, 종이를 가지고 영감을 발휘하는 한 아티스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대 디자인 예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아티스트, 일본계 미국인 제이콥 하시모토다.



그는 종이를 통해 마술 같은 오브제를 창조하는 작가다. 이는 아버지가 어릴 적 알려준 연을 만드는 방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전통 연의 향연은 상업적 팝아트가 범람하는 현대 미술계에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하얀 종이를 겹겹이 배치하여 때로는 구름으로, 때로는 겨울에 얼어붙은 빙하를 표현한다. 공간의 천장부터 바닥 모든 공간에 종이를 배치함에 따라서 깊고 그윽하며, 그리고 그윽한 정적에 휩싸이는 감성을 만든다.


제이콥 하시모토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는 수천 개의 '연'을 이용한 대형 설치물일 것이다.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든 연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오프셋 인쇄로 동양적이며 레트로 한 그래픽을 표현한다. 그리고 직접 손으로 공간에 순차적으로 매달아 설치를 완성해간다. 밝고 정교하며 레트로 한 영묘한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마치 대기와 빛, 우주의 공간이 느껴지게 한다.



하시모토는 직접 손으로 작품 요소를 만드는 장인적인 작업 방식이 자신의 작품에 핵심이라고 한다. 작품을 매다는 끈을 꼬거나 매듭을 짓는 반복적인 기법에 담긴 핸드 메이드적 아날로그의 감성은 조용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인 것처럼 말이다.


작품에 사용되는 연은 전통 제작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본산 종이라고 한다. 나무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흐르는 강물에 헹구고, 나무판 위에 햇볕으로 말린 자연 그대로의 오브젝트다. 이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재현을 하는 것이라는 철학이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다.

 





2011년, 그의 대표적인 작업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갤러리 공간을 750 척의 함대로 점령했다는 라 시타 함대 프로젝트다. 공간 내 바람을 통해 해풍으로 부드럽게 치는 파도에 움직이는 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작품은 700여 척의 돛단배들로 가득 채운 공간이다.





2014년, MOCA Los Angeles에서 3월부터 Gas Giant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전시는 그의 명성에 큰 몫을 했다. Gas Giant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 행성을 뜻한다. 이 전시는 작은 연을 모아서 하나의 거대한 형태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형 그룹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웅장한 공간을 연출한다.






현대 미술의 장르는 하나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전통 방식을 을 재해석하여 보여주는 제이콥 하시모토의 영감은 과거의 문화유산은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이콥 하시모토의 작품 세계는 웅장함과 그윽한 모습과 함께 연으로부터 어릴 적 명절에는 연을 날리는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의 삶 속에 평범하게 녹아내린 추억과 그 소재들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과거를 상기시키는 영감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감각들이 아니라, 그것으로 하는 무엇인가가 나의 세계다."

(Not the senses I have but what I do with them is my kingdom)

-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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