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한 녹용 패키지의 아이디어
최근 최저임금이 16.4%가 인상되어 7,530원이 되었습니다. 최저임금제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시절에 최저임금제는 제게 예민한 사항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의 저는 디자인 외주를 아르바이트로 했었습니다. 가끔은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재미있는 일을 했었습니다. 자유로운 상상과 표현이 가능했던 일이었죠. 이러한 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일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린이 녹용 패키지 디자인의 아르바이트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기 힘든 녹용을 마시고 싶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일을 의뢰받자마자 어린이들은 녹용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먹기 싫은걸 억지로 먹는 것만큼 싫은 일도 없기 때문이죠. 지금은 몸을 생각해서 맛없는 보양식도 꼬박꼬박 먹지만, 어릴 적에는 편식을 한 기억밖에 나질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우유를 마시기 싫어 코코아 가루를 타서 마셨습니다. 어릴 때는 좋고 싫음의 호불호가 강했기 때문에 맛없는 건 입에 가져다 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달고 맛있던 군것질을 즐겼던 거 같네요. 점심시간이면 학교 정문을 넘어 마트에서 과자를 사 올 정도였죠. 그때는 달달한 과자와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죠. 하지만 모든 과자가 맛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포켓몬 빵에서 특이한 맛의 빵은 싫어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멜론맛 같은 빵이죠. 그래도 간혹 이런 빵을 사 먹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바로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함이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이 하셨나요?
제 취향이 아닌 빵에서 자주 나온다는 '꼬북이'와 '갸라도스' 스티커를 위해 억지로 빵을 사 먹었지만, 항상 '피존'만 나왔었죠.
최근 편의점에는 카카오 빵이 진열되어있습니다. 그리고 17~18 년 전과 마찬가지로, 빵 속에서 스티커를 발견할 수 있죠. 시대가 변했지만 어린아이들은 빵을 사 먹고 스티커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20년이 흐른 문화와 지금 문화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현상이 재밌게 느껴지네요. 아마 요즘 아이들도 카카오 빵을 먹으며 저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지는 않을는지.
이러한 상황에서 머릿속을 스쳐가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먹기 싫은걸 먹을 때는 재미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죠.
그렇다면 녹용을 마신 뒤 상황이 재미있어야 어린이들이 마시지 않을까요? 마치 맛없는 빵을 먹은 뒤 내가 가지고 싶은 스티커를 획득하듯! 하지만 녹용은 비닐 팩 속에 담긴 액체입니다. 스티커를 넣으면 문제가 위생상 문제가 있겠죠.
클라이언트를 설득할만한 기똥찬 아이디어가 어디 없을까... 저는 당시 읽던 책에서 아이디어를 만들어줄 힌트를 얻었습니다. '위르켄 베이(Jurgen Bey)'의 의자와 '프라이탁(Fraitag)' 가방에서 말입니다.
위르켄 베이는 사용하지 않는 통나무에 의자 등 받을 꽂았죠. [그림 04]가 그 의자입니다. 딱 봐도 사용하기도 불편해 보이지 않나요? 미학적인 측면에서도 아름답다고 하기 어렵겠네요. 하지만 책에서 다룬 내용은 기능성과 미적 가치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관점의 전환에 대해서 전달하고 있었죠.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저 버려진 통나무 일지 모르겠지만, 등받이 하나를 꽂은 것만으로 우리가 통나무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이었죠.
프라이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버려지는 방수포를 잘라내어 가공하여 가방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재활용을 한다는 친환경적 스토리와 함께, 똑같은 형태지만 가방마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_ 김춘수
위의 시처럼 사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하나의 사물은 다양한 경험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저는 녹용 비닐 패키지를 다르게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당신은 녹용을 마셔봤나요? 녹용은 사슴의 뿔에서 생성되는 한국 전통의 에너지 드링크입니다. 건강을 위한 드링크기 때문에 맛이 있을 리가 없죠. 이런 녹용에 어린이를 위한 전용 드링크가 있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이 싫어하겠죠.
저희는 어린이들이 녹용을 마실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자 했습니다. 해답은 어린 시절 애용하던 간식거리에 있었습니다. 과자 봉지 속 담겨있는 스티커와 장난감 때문에 먹었던 경험이 있습니까? 정말로 가지고 싶은 스티커와 장난감 때문에 싫어하는 과자마저 먹었던 적은 없었나요? 어린 시절에는 작은 자랑거리와 소장하고 싶은 욕구로 인해 맛없는 것마저 먹는 도전을 하죠. 저희는 어린이들이 맛없는 녹용 드링크를 마신 뒤 자랑을 할 장치를 숨겼습니다.
녹용을 마시기 위해서는 비닐 패키지를 뜯어야 합니다. 뜯고 나서 어린이들의 자랑거리는 시작됩니다. 녹용을 만들기 위해 사냥꾼이 된 것 같은 재미를 부여했습니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녹용을 마신 뒤 사냥꾼이 되는 경험의 재미를 부여하는 것이었습니다. 녹용을 마시기 위해서는 사슴을 사냥해야 되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우선 아르바이트의 본분에 따라 패키지와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녹용이 담긴 비닐 패키지의 경우에는 편의점에 있는 다양한 음료수 비닐 패키지처럼 특별한 형태로 만들었죠. 이 비닐 패키지는 입을 대고 마시기 편하고, 재미도 있어야 했습니다.
녹용 한 포를 뜯을 때마다 사슴 사냥을 하는 것 같은 재미를 주는 어린이 패키지는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닐 패키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배울 수 있던 경험이었죠. 아르바이트와 함께 공모전에서도 수상을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 기도 했고요.
1시간의 소중함을 알려면,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는 연인들에게 물어보라...
1분의 소중함을 알려면, 중요한 계약을 앞둔 영업맨이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놓쳤을 때를 생각해보라..
1초의 소중함을 알려면, 수중에 돈 한 푼 없는데 집으로 가는 마지막 지하철을 놓쳤을 때를 생각해보라...
0.1초의 소중함을 알려면, 간발의 차이로 교통사고를 면한 사람에게 물어보라...
0.01초의 소중함을 알려면, 올림픽에서 0.01초 차로 2등을 한 선수를 상상해 보기를...
이 글은 몇 년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인생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물을 바로는 관점의 변화는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볼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여러분들도 같은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서 생각하지 못한 재미난 상상과 아이디어를 얻길 바랍니다.
*Zoe Roochi(2012)
Multiple Owners : -
Adobe Design Achievement Award Packaging - Honorable Men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