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아이디어
어린 시절 지하철에서는 선글라스를 쓰고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분들을 자주 마주쳤었습니다. 손에는 밝은 색의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동전이 가득했죠.
여기 도시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막차 시간이 되면 선글라스를 벗고 차를 끌고 간다더라, 바구니에 지폐를 두면 미소 짓고 십원을 두면 찡그린다더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면 다 보이면서, 안 보이는 척을 하는 것일까?
보통 많은 사람들이 시각 장애인을 장님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각 장애인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인 문제로 시야가 낮거나 보이지 않는 모든 경우의 사람을 의미합니다. 넓은 의미로서 시야에 문제가 있는 사람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색맹 또는 안경으로 시력 교정을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될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렇다 보니 일반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서 지하철 맹인 도시전설이 퍼진 게 아닐까 합니다.
저는 시력 교정 수술을 하기 전, 한쪽 눈만 근 난시를 다 가지고 있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안경이 없는 날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웠습니다. 멀리서 오는 버스 번호를 확인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이런 경험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눈의 역할이 중요하다 깨닫는 일이 많았죠.
이처럼 눈이 안 보여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 공공디자인은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신호등에서는 소리로, 건물 내 계단 손잡이에는 점자로 도와주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여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을 떠올려 보세요. 서울의 중앙 버스차로 정류장에는 여러 버스가 지나다닙니다. 시각 장애인이 퇴근길 정류장에 밀려있는 버스들 사이에서 타야하는 버스를 도움 없이 정확히 찾아 탈 수 있을까요? 굉장히 힘든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야기는 친구들과 저녁 늦게 놀고 비용을 나누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주머니 속 지폐를 친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친구는 계산을 한 뒤 누군가 오천 원을 덜 내었다 말했었습니다. 누가 덜 냈나 확인 해보니 제가 범인이었더군요. 주머니 속 만원을 줬다 생각했는데, 실수로 오천 원을 건네주었던 것이었죠.
돈을 주려고 주머니를 다시 뒤졌는데, 천원짜리가 연달아 나오고 만원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만원이 나왔습니다. 이때 일반인들도 안 보이면 이렇게 실수를 하는데, 시각 장애인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죠.
이런 불편함을 매일 겪을 텐데, 도울 방법이 없을까?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적인 약자를 배려하고,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을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이라고 합니다. 북유럽에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으로 표현하고, 미국에서는 모두를 위한 보편성을 뜻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 합니다. 이 분야의 디자인은 작은 변화로 더욱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끄는 것이 핵심이죠.
제가 봤던 유니버설 디자인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조명 스위치를 길게 만든 아이디어입니다. 작은 변화로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손쉽게 불을 켜고 끌 수 있도록 접근한 것이죠.
[그림 03]처럼 유니버설 디자인은 불편한 사람들의 배려 또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하죠. 이러한 디자인 중 일부는 [그림 03]처럼 기존의 사용성에 작은 변화를 더하여 더 나은 디자인으로 발전합니다.
저도 위와 같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작은 변화로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아이디어를 위해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 있어 일반인들이 시각 장애인이 겪는 불편한 경험을 공감할 상황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혹시 안경을 쓰고 계신가요? 안경이 안 보일 때 불편함을 아시는지요? 안경을 안 쓰신다고요? 그렇다면 눈 앞이 보이지 않아 불편한 적이 없었나요?
세수를 하는 중, 비누 거품에 눈을 못 뜨고 앞에 있는 샴푸통을 찾던 경험은 있겠죠. 눈을 뜨지 못해 샴푸, 린스, 바디샤워를 헷갈려하지 않았나요? 일반인들도 눈이 안 보여 불편한 일을 자주 겪습니다.
시각 장애인은 눈앞의 물건을 구분 못하는 일을 빈번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손에 쥔 물건 어떤 물건인지 항상 알 수는 없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작은 노력으로 빛을 찾아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접근한 소재는 여러분들이 한 번쯤은 봤을 다이모(Dymo)입니다. 플라스틱 소재 테이프에 문자와 심벌을 찍어 남기는 그 제품입니다.
상기의 이야기와 같이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접근을 했습니다. 기존에 볼 수 있는 다이모의 테이프에 찍혀 나오는 문자가 점자로만 바뀌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를 통해 시각 장애인의 불편함에 대한 설명을 도와줄 주변 상황에 적용했습니다. 이 상황은 제가 경험했던 주머니 속 지폐의 상황을 포함하여, 어두운 밤에 이온 음료인 줄 알고 마신 콜라, 똑같이 생긴 소스통에 설탕과 소금을 구분 못한 상황, 천장 위 노래 CD를 찾느라 고생했던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 누구든 쉽게 시각 장애인을 도와줄 수 있으며, 한 번 다이모 사용으로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물의 언어]의 데얀 수직은 현대 사회만큼 한 사람이 물건을 대량으로 소유한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물건이 많아진 만큼 사용 빈도는 낮아지게 된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물건은 상징성을 띄기만 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소유함으로 얻는 지위와 유용성은 반비례하게 되었죠.
저는 이처럼 작은 물건이라도 자기의 목적에 맞게 쓰여야 하는 점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건의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본질의 역할이 변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이 프로젝트는 물건 위에 텍스트와 심볼이 찍혀있는 테이프를 붙여서 정보를 전달하는 다이모 본질의 방향을 유지하여 좋은 결과가 이루어졌다 생각합니다.
2017년, 시각 장애인의 문자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점자를 공식 문자로 인정하는 [점자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시각 장애인은 점자 활용 환경이 미비하여 학습과 문서 작성 등 문자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합니다.
이제는 공식 문자의 효력을 지닌 점자로 시각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raille Paper(2012)
Multiple Owners : Jieun Seo
IF Concept Design Award - Winner, universal Design Award - fina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