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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빠는 육아에 무관심하고, 왜 엄마는 불안한가

오은영,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by 변호사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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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자의 이름이 주는 신뢰감 하나로 도서관에서 망설임 없이 집어든 책. 책 전반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매우 구체적인 케이스였다. 누구보다도 육아 이론에 박식할 것 같은 저자가, 굳이 어려운 단어들로 구성된 이론을 들먹이지 않고 실제 육아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밀착해서 눈높이교육을 해주는 느낌. 방송가에서 괜히 이 분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 전반을 꿰뚫는 키워드는 ‘불안’. 육아를 둘러싸고 아빠와 엄마의 불안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아빠는 현상을 무시하고, 엄마는 현상에 매몰된다. 저자는 이러한 양상의 차이가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에 따른 진화론적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양극단으로 갈라진 불안의 양상은 현실에서 부부의 갈등을 빚어내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불안에 대한 통찰을 큰 줄기로 하여, 세부적인 케이스를 다뤄주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꽤나 흥미로웠는데,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나에게도 위와 같은 경향이 내재되어 있다고 어렴풋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대,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무언가 이상이 발생했을 때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던 경험들이 있다. 분명히 그러한 반응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들이 존재했음에도 말이다. 전에는 그 이유를 불안이라고 짚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직관과 편견에 오롯이 판단을 맡겼다는 점에서, 무의식에 내재된 불안이 다른 모습으로 표출된 것은 아니었을지.


물론 모든 현상을 불안이라는 단일한 렌즈로 설명하는 것이 완벽한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의 내용은 그럴 듯 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딱 와닿는 분석도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결정해야 할 때, 불안과 본능에 그 기준을 맡기지 않고, 이성과 근거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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