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읽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필자의 주관대로 지나치게 솔직한 리뷰다.
평점 : 별점 2개 반 ★★★
꼰대라고 듣기는 싫지만, 꼰대를 인정해야만 하는 꼰대의 일기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유명한 분이지만 나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고, 책도 이제까지 멀리했기때문. 얼마 전 읽었던 [매일 아침 써봤니?]라는 책과 며칠 전 읽었던 [하버드는 어떻게 글쓰기로 리더들을 단련시키는가]의 책에 나오는 하버드 글쓰기 과제 중 1등한 사람의 글과 글 쓰는 방식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했다. 한마디로 글 잘 쓰는 사람들은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의 표본 정도?
김훈의 산문이라고 적힌 이 책은 그가 그간 적어왔던 일기 같았다. 그 일기가 하버드 1등 우등생의 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데 30편 이상의 산문이라 제목을 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아마도 작가는 연필로 쓰기라는 제목을 달았나 보다.
많은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영화 말모이를 보고 쓴 [할매 말 손자 말]과 [할매는 몸으로 시를 쓴다]라는 글이었다. 1부는 거의 작가의 전작이었던 남한산성 대한 소설의 연장선이 주를 이뤄, 그 소설을 읽지 않았던 나로서는 재미가 없었고, 2부는 할매 이야기로 나의 마음을 끌어당겼고, 2부 말부터 3부까지는 군대 이야기, 북한 이야기가 주를 이뤄서 나의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했다.
나는 작가가 70대인걸 이 책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알았지, 만약 말하지 않았다면 나이 든 아저씨라고만 생각했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을 꼰대라고 하지만 글 쓰는 작가 김훈은 꼰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안에서의 남자 사람 김훈은 꼰대라고 불리기 싫은 (일산을 사랑하고, 일산 호수공원에서 할머니 이야기를 엿듣고, 겨울 껴앉고 다니는 연인들을 보는 걸 즐기는) 꼰대였다.
나는 이 작가의 첫 책을 읽고, 김훈이라는 작가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대학교도 좋은 대학교 나오시고, 언론 쪽에서 계속 일을 해오신 베테랑 글잡이었다. 내 마음을 확 사로잡는 글이 있지는 않았지만 흥미롭고 재미를 느꼈던 글이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읽기에 편하고 술술 읽히는 재밌고, 쉬운 글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어른임에도 아직까지 나의 베스트 책은 이솝우화나 탈무드, 세계명작동화 등이다. 어쩌면 나는 해피엔딩과 권선징악 이런 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자기계발서도 좋아하지만 나에게 도움이 되고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책은 70살 먹은 꼰대의 일상을 담은 소소한 이야기를 작가의 시점에서 진지하게 풀어낸 산문 같다. 그 작가의 시점이 나에게 어렵게 다가온 것 같다. 소소한 이야기를 담백하고 재밌게 담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의 마지막 장에 적힌 KCC김훈체를 제목에서만 볼 수 있어서 아쉬웠다. 책의 제목이 연필로 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볼 수 있는 부분은 제목뿐이었으니까.. 아마 모두 김훈체였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