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llbilly Elegy
사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김미경 TV를 구독하게 되었고, 이 모임에 꼭 나가고 싶어서 3개월 여행의 출국날 아침 나는 이모임의 성격도 모르고 나갔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북리뷰를 쓰고 있다. 내 성격답게 지나치게 솔직한 리뷰가 될 것이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의 기분을 다시금 되새긴 느낌이었다. 그때의 리뷰를 다시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내가 70년대생이라 그런지 내가 본 82년생 김지영은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었고, 등록금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을 들어갔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기쁜 일도 있었다. 지극히 평범했고, 행복해 보였다. (전체 리뷰를 보고 싶으시다면 클릭)
한데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작가는 미국에서 태어나 (사실 나는 미국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가 말하는 굉장히 우울하고 힘들었던 생활이 공감가지 않았다.) 시골 촌구석에서 자랐는데, 밥을 굶는 일 따윈 없었고, 오히려 부유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엄마가 자신을 한 번도 때리지도 않았고, 같이 죽자고한 말 한마디에 그녀는 경찰에 체포되고 감옥을 가지 않기 위해 재판을 해야겠다. 만약 우리나라라면? 아마도 경찰을 부르지도 않았거니와 불렀어도 작가는 할머니에게 길러진 게 아니라 엄마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당연히 엄마는 감옥에 가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책의 중반부에 들어서 엄마가 세 번째인지 네 번째인지 모를 남편의 집으로 가야 한다고 해서, 싫다고 한마디 했다고 심리상담가에게 상담을 받는 일 따위는 한국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일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약물중독이 되었다고, 바로 치료프로그램에 들어갈 수 있는 일도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가능할까? 이런 사건들이 나는 신기했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작가가 이야기하는 천한 시골마을에서 조차 복지 혜택이 이렇게나 많이 지원이 된다고? 부럽기까지 했다. 사실 나는 몇 시간 전 바로 [방구석 1열]이라는 예능에서 아동인권 특집의 [미쓰백]과 [가버나움]이라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책을 읽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미쓰백]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몇 해 동안 계속되어온 가정폭력을 신고해도 경찰도 이웃도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단방에 감옥으로 갈 수 있는 미국의 현실(이건 심지어 현재도 아니고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선진국은 다른 건가?라는 뭔가 좌절감과 함께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면에서는 아직까지 선진국과는 멀어져 보여 안타깝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를 난 미국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가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을까? 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확률 정도?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건 맞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공감 갈 수 없었던 것은 작가는 자기가 굉장히 우울했던 과거 시절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가 책에 언급하지 않았던 내용도 있었을 것이고, 또 내가 직접 그가 겪었던 일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총기 소지나 마약이 미국보다는 안전한 나라인걸 제외하고는 솔직히 나는 그가 정말 가난하고, 불우한 과거를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심지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에게는 할모, 할보가 있었고, 나는 엄마에게 스무 살이 넘어서까지 맞았는데, 그는 한 번도 엄마에게 맞아본 적이 없었고, 뒤늦게 찾은 아빠와 함께한 생활은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졸업식 때 항상 8명 이상의 가족이 참석하는 아주 사랑받는 아이 었다.
그의 과거가 없었다면 그의 현재도 없다. 어쩌면 작가는 성공스토리를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징징대며, "나는 가난했고, 불우했답니다."라고 표현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느낀 건 아마도 우리나라와 미국 문화의 차이, 그리고 생각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가 이야기하는 불우한 환경이 하나도 불우해 보이지 않았다.
한국의 80년대에 태어난 가정의 아이 중 부모의 싸움을 목격하지 않은 아이는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부모의 채벌 또는 학교의 채벌을 경험하지 못해 본 아이 역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80년대생은 모두 불우했으며,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인 것이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마지막에 언급한 미국의 취약한 정부 보조 시스템을 비판한 것처럼, 세계 자살률 1위의 우리나라가 이런 취약한 시스템을 조금씩이라도 고쳐서 1위에서 내려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지만, 아쉬웠던 부분은 영화를 보기 전 스포를 당하는걸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는 출판사의 욕심 때문이었는지 추천사를 겁나 많이 책의 앞부분에 배치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스포를 이미 당해버려 너무나 실망했고, 프롤로그부터 약 100페이지까지 그의 이야기보다는 그의 고향과 가족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 도대체 작가의 이야기는 언제쯤 나올까? 하며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이 책의 가장 재미없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생각보다 재밌었던 미국 백인 하층민(힐빌리)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