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쟁이캘리 Mar 07. 2021

사랑을 주세요

사랑의 언어는 주린 배도 불린다


날 선 시선은 칼보다 날카롭다


  어린 시절 나는 칭찬에 굶주린 사람이었다.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태어나 집 밖을 나설 때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날 선 시선을 온몸으로 견디면서, 마음이 칼에 베인 듯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고운 시선을 받을 수 있는지 고민하느라 습관처럼 남들 눈치를 살폈다. 덕분에 지금은 '눈치 빠른 어른'이 되었지만 상대가 보내는 작은 시그널에도 움츠러드는 마음을 마주할 때마다 나 자신이 안쓰러웠던 적이 많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를 끝없이 놀려댔다.


세상 모든 일에는 '면역'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나의 아킬레스건은 수없이 거울 앞에 서 봐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습관처럼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는 내가 낯설어 부정하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 한마디에 글을 취미로 삼았다. 내게는 날 선 시선에 대항할 힘이 없으니 글로 힘을 길렀다. 날카롭고 냉랭한 시선에 마음이 딱딱해질 때마다, 그 칼날에 대응하듯 펜을 잡았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이 어느새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세상 가장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던 날 밤. 울면서 썼던 신청서로 브런치 작가가 되고, 그렇게 글 쓸 자리를 얻어서 쓴 글이 어느새 100개를 채웠다.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내 글을 좋아해 주시는 구독자들 덕분에 오늘에 닿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상하다. 아무도, 아무 말도 듣지 않았는데 쉴 새 없이 대화하는 기분이다. 글을 발행하고 돌아서자마자 그다음 글이 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린다. 사실 얼마 전 넘어지면서 몸을 다쳤다. 한 번 넘어지면 대차게 넘어지는 데다, 남들보다 뼈가 약한데 크게 넘어져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졌다. 전치 3주의 진단을 받고 일주일 치 진통제를 타 왔지만 약도 소용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러진 뼈가 어긋나지 않아서 크게 숨 쉬는 것과 감기, 크게 웃는 것만 주의하라고 했다. 툭하면 웃는 게 습관인데 웃지 말라니. 차라리 석고 붕대로라도 감아 꽁꽁 묶는 게 쉬울 것 같은데, 갈비뼈는 그마저도 안 된다. 아쉬운 대로 허리 보호대를 사서 몸을 고정해 주고 나니 살만해졌다.



숨을 쉬어서 갈비뼈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갈비뼈가 움직이기 때문에
숨 쉴 수 있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은 갈비뼈가 붙기까지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일한 방법은 숨을 참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뼈가 붙을 때까지 고통이 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갈비뼈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었나? 그렇게 중요한 뼈가 이렇게 약해도 되는 건가? 내 궁금한 표정을 읽은 의사 선생님이 이어서 말했다. 갈비뼈가 부드러운 이유는 심장이 뛰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유연한 갈비뼈들이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거라고.




  세상에 이렇게 멋진 말이 또 있을까. 이제껏 소중한 것을 지키는 건 단단함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 일을 계기로, 때로는 함께 움직이는 것만으로 귀중한 무엇을 지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소중한 것을 약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지킨다니…. 참으로 매력적인 역설적이다. 조금 비약적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 말을 듣는데 내 브런치 구독자들이 떠올랐다. 내가 글을 쓸 때마다 함께 읽고 좋아요와 댓글, 카톡 그리고 메일로 응원해 주며 움직여준 사람들 덕분에 꾸준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날 선 시선만 받는 데 익숙하던 내가 누군가에게 하트를 받고 응원의 댓글로 도리어 위로를 얻으면서 '부드러운 것으로 소중한 것을 지킨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THANKS TO.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요령이 없어 최대한 진심을 담아 구독자 님들께 편지를 씁니다. 제가 글을 써서 올릴 때마다 좋아요와 댓글 등 각자의 방식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을 발행하고 나면 제 글을 읽고 좋아해 주시는 작가님들의 흔적을 볼 때마다 방전된 마음이 충전되는 기분이에요. 좋아요와 댓글로 응원하고 감상을 나눠주는 분들이 좋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브런치를 들락날락거려요. 그래서 처음에는 꺼뒀던 브런치 알람을 이제는 끄지 않고 그냥 둬요. 그러다 낯익은 작가님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겨주시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좋아요는 모양 그대로 '마음' 같아서 좋고, 댓글은 그 핑계로 글 남겨주신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한 번도 제 이야기를 꺼내 본 적 없어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듣고 싶지 않은 불편한 소리일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꺼내는 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고, 제 감정을 드러내거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낯설어서 시로 대신했어요. 그런데 제가 쓰는 이야기 모두를 아무 편견 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시는 작가님들을 만나면서 참 많이 위로받았어요. '저의 따뜻한 글에 위로받는다'는 어느 작가님의 댓글을 읽었을 때는 도리어 제 어두운 과거가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이제는 그 아픈 과거를 돌아보면서 마냥 슬퍼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용기를 내면서 도장 깨기 하듯 하나둘씩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에요. 쓰는 내내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나의 진솔한 글쓰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좋아요를 눌러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날 선 시선이나 편견 대신 있는 그대로 제 글을 봐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해요. 좋아요와 댓글로 표현해주신 구독자 님들의 사랑의 언어를 마주할 때마다, 과거의 굶주렸던 마음이 배불러지는 듯한 기분이에요. 떠올릴 때마다 습관처럼 아팠던 과거를 선물처럼 볼 수 있도록, 공감해주시고 위로받았다고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쓰는 글에 대한 공감이, 구독자 님들에게도 든든한 위로로 닿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글은 난생처음이라 제 진심이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지만, 100개 글 발행 기념으로 용기 내어 쓴 편지니 만큼 수신인들에게 잘 가 닿기를 바라요. 매번 글 발행할 때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제 글에 사랑의 언어를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아래 캘리그래피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닿기까지 함께 해 준 이들에게 바치는 헌정 글귀예요. 비록 100개의 글을 채운 것뿐이라고 별 것 아니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마저도 저에게는 의미 있는 발자취라 제 스스로 자축해 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찾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