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색칠
/ 담쟁이캘리
어릴 적 도화지 위에 그리던
세상은 골목 친구 그리고도 남아
여덟 색 크레파스만 있으면
친구 얼굴 칠하고도 충분해
학교 앞 건널목 신호등
녹색 어머니회 조끼 그리고
하늘 위에 뭉게뭉게 핀 구름
남색 신발과 보라색 가방까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흰
몽땅 칠하고 남았건만
지금은 마흔여덟 색 크레파스
수백 장의 도화지가 있어도
그린 건 자기 얼굴이 고작
손가락 하나로 별별 사람들
소식 주고받으며 좋아요 해도
친구 얼굴 그릴 때 쓰는 건
항상 여덟 색깔이 고작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검
도화지로 무엇이든 그리고
칠할 수 있는 마흔여덟 색
크레파스 두고도 여전히
마음은 여덟 색이라
마음껏 칠할 수 있는
여러 색 크레파스 두고도
친구 얼굴 칠하지 못하네
談담쟁이캘리
: 이야기하는 글쟁이입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
별 것 아닌 일상이 별 것이 되는 순간을
에세이와 시로 기록합니다.